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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美·日 양적완화의 결과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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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따라 무제한 돈풀기 나선 일본
    한계기업 퇴출·기술혁신은 안 보여
    韓, 기업체질 강화·R&D 확대 절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 >
    [다산칼럼] 美·日 양적완화의 결과가 다른 이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 9월 실업률은 6% 선 아래로 떨어지고, 8월 무역적자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양적 완화 중단 선언에 이어 금리인상 시기도 저울질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미국 경제의 위기 탈출을 벤 버냉키 전 중앙은행(Fed) 의장의 과감한 통화완화책 덕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잃어버린 20년’에 허우적대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버냉키를 따라 무제한 돈풀기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 같은 경기회복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최근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GDP 증가율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침체로 본다. 미국에서 통한 양적 완화 정책이 왜 일본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과연 양적 완화가 미국 경제를 살린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봐야 한다.

    미국 경제에는 금융위기 이후 두 가지 큰 변화가 진행됐다. 첫째는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다. 2007년에서 2009년 사이에 88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특히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월가의 수많은 금융인들이 해고됐다. 제조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GM 등 자동차 ‘빅3’는 ‘동일 임금’ 원칙을 버리고 임금체계를 이중화하는 노사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둘째는 활발한 기술 혁신이다. 하이테크 벤처의 산실인 실리콘밸리의 역동성은 금융위기 때도 위축되지 않았다. 채굴비용이 갈수록 낮아지는 셰일가스 혁명도 진행형이다. 혁신은 토목 등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양적 완화보다 더 중요했던 게 바로 이런 구조조정과 혁신인 것이다.

    일본 경제에는 미국과 같은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안 보인다. 정치인들은 인기는 없지만 경제엔 좋은 정책을 펼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혁신적인 기술개발도 눈에 띄지 않는다. 양적 완화라는 거시정책 따라하기만으로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에 역부족이란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한국 경제가 걱정스럽다. 표를 잃을 수도 있는 정책이라면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기업의 체질강화를 위한 노동법 개정 안건은 금기 사항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이후 정치권에서는 기업이 망할 때까지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의 어떻게든 살려는 몸부림을 외면한 채 서서히 고사하게 내버려두겠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조업 파견근로 금지는 제조업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비상식적인 움직임이 바로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다.

    기업 스스로가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한다. 물론 포퓰리즘적 발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기업’을 살리겠다는 정책은 금물이다. 좀비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 그나마 회생 가능성이 있는 다른 기업을 살릴 수 있다. 일본은 좀비기업을 퇴출시키지 않고 공적 자금을 수혈하다 보니 은행마저 어려워지게 되고, 은행이 위축되니 이익을 내는 기업조차 돈 구하기가 힘들어져 모두가 경쟁력을 잃고 주저앉게 된 것이다.

    한국 경제를 위해서는 기업체질 강화와 함께 기술혁신이 시급하다. 기술혁신이야 말로 창조경제의 뿌리다. 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 당장이 급하다고 돈만 뿌렸다가는 결국 망하는 길로 들어설 뿐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우선시해야 한다. 우리 세대의 안위를 위해 미래 세대의 희망을 꺾어서는 안된다. 무상복지를 내걸어 마치 한국이 선진국이 된 것처럼 국민을 환각상태에 빠지게 하는 ‘마약정치’를 퇴출시켜야 한다. 힘든 고비 없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의 높은 파고 속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고통 없이 어떻게 창조경제를 꽃피울 수 있겠는가. 창조경제는 결코 손쉬운 모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만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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