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네이버, 황제주 합류 누가 먼저?
유력한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의 고가주)’ 후보였던 네이버가 박스권에 갇혀 지루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실적 부진으로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 오리온은 황제주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28일 오리온은 2만8000원(2.95%) 상승한 97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월 121만4000원까지 올랐던 이 회사 주가는 실적 부진과 과대포장 논란 등으로 인해 기관 매도가 지속되면서 100만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올초 76만9000원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8.5% 뜀박질하면서 1년 만에 100만원 선 회복을 노리고 있다.

차세대 수익원으로 꼽히는 중국 사업이 지난 3분기부터 개선되기 시작한 게 단기 급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오리온 중국법인의 3분기 매출은 29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고, 영업이익은 565억원으로 19.4% 증가했다. 위안화 기준 매출 증가율은 12%로 2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가 발목을 잡았던 중국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올초만 해도 100만원 돌파 가능성이 점쳐졌던 네이버는 자회사인 라인의 기업공개(IPO) 연기 발표 이후 72만~82만원 사이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이날 종가는 1만1000원(1.48%) 오른 75만6000원.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오리온과 비슷한 주가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크게 뒤처지는 신세가 됐다.

단기 실적과 수급이 유리한 오리온이 황제주 대열에 먼저 합류하겠지만 중장기적인 안착 가능성은 네이버가 더 높다는 평가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오리온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2729억원에서 2773억원으로 상승 반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이익 추정치가 7983억원에서 7946억원으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선 기관 매수세도 뜸해지는 추세다.

노경철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에 대해 “주가는 단기적으로 추가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 매출도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주가 오름세의 연속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과 러시아 등 중국을 제외한 다른 해외사업의 수익성 회복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네이버는 내년 이익 증가를 배경으로 박스권을 넘어 100만원대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요 국가의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른 라인 이용자 증가와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 라인의 IPO 추진이 재개될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으로 투자심리는 점차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