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만명 시대' 요즘 경찰서에 무슨 일이…참고인까지 변호사 대동…골치 썩는 수사과
서울 S경찰서 경제팀에서 근무하는 A조사관(29)은 최근 난감한 일을 겪었다. 사기사건 참고인이 이례적으로 변호사와 함께 출석해서다. 이 참고인은 “신고자나 나에게 불리한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느냐”며 조사관에게 변호사가 동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사는 참고인 옆에서 일일이 조언하며 진술 과정에 개입했다. A조사관은 “변호사가 늘면서 수임료가 낮아졌다고 하던데, 신고자와 피신고자는 물론 참고인까지 변호사를 대동하니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이 ‘변호사 2만명 시대’를 실감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던 경우에도 변호사를 대동하는가 하면, 경찰에 연락해 ‘수사 정보를 달라’고 요청하는 변호사가 늘면서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S경찰서 수사과장은 “진술 과정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만 제출하면 동석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동석한 변호사가 진술 과정에 과도하게 참견해 수사에 상당한 애로를 겪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참고인들의 변호사 선임 사례도 많아져 경찰의 업무 강도가 상당히 세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수사 상황 정보를 달라는 변호사들의 전화도 수사 경찰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경제 사건은 신고자가 경찰서에 고소한 뒤 민사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소송을 수임한 변호사로선 경찰의 수사 상황이나 소견이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변호사가 급격히 늘어난 최근 2~3년 사이에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경찰에 연락해 수사 상황, 각종 자료, 소견서 등을 부탁하는 사례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변호사들의 이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특히 수사자료는 외부로 유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다만 변호사들의 끈질긴 요구가 지속되거나 친분이 있으면 수사 정보를 ‘귀띔’해주는 경우가 간혹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 2만명 시대가 됐다는 사실을 조사 과정에서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