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마석가구점 90곳에 손님 여섯팀 뿐…"이케아 들어오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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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남양주·포천 가구단지
지난 27일 오후 2시,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에 있는 마석가구단지. 한샘, 현대리바트, 까사미아 같은 대형업체의 대리점부터 중소브랜드 판매점까지 90개의 전시장과 공장 400여곳이 밀집해 있는 국내 최대 가구단지다. 야트막한 언덕길 양옆으로 대형 전시장 간판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분위기는 한산했다. 단지 전체를 통틀어 가구를 살피는 손님은 대여섯 팀 정도였다. 점포 앞을 서성이며 손님을 기다리던 김학근 홍대디자인가구 마석점 대표는 “이달엔 윤달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는 신혼부부들이 적어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다음달 이케아가 문을 열면 그쪽으로 손님들을 뺏길까봐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IKEA)의 국내 1호점인 경기 광명점 개장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 가구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전 세계 이케아 매장 중 최대 규모인 광명점을 시작으로 경기 고양시와 서울 강동구에 매장이 잇달아 들어서게 되면 중소가구업체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0년 이케아의 국내 가정용 가구시장 점유율이 19%(7500억원 규모)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경기 광주 포천 남양주 등 전국 가구 제조업체(10인 이상 사업장)의 57.8%인 721개가 몰려 있는 경기도는 이케아 광명점 부지 맞은편에 중소가구 전시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비상이 걸렸다.
‘가구 공룡’의 진출…중소업체 직격탄
스웨덴에서 1943년 설립된 이케아는 전 세계 42개국에서 34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가구·가정용품 그룹이다. 2013년 이케아의 매출액은 285억유로(약 42조원) 규모다. 2011년 한국 진출을 선언한 이케아는 다음달 18일 광명점 개장을 시작으로 경기 고양시, 서울 강동구에도 매장을 낼 계획이다. 이케아 광명점은 연면적 13만1550㎡(약 4만평) 규모로 축구장 18개를 합친 것과 같은 크기다. 침대, 소파, 식탁 등 가구부터 카펫, 조명 같은 가정용품까지 80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이케아는 미국 유럽 등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사람들을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소비자가 직접 분해된 상태의 가구를 운반한 뒤 조립, 설치하는 DIY(Do It Yourself) 가구여서, 주머니가 가벼운 유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국내에서도 DIY 시스템을 유지할 방침이지만, 가구를 직접 운반하고 조립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소비자를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경우 배송·조립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가구업계에서는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따른 타격이 중소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중소업체들은 중저가 위주의 상품군이 이케아와 겹치고, 대기업과 달리 온라인시장 진출을 통한 새로운 판로 개척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 현대리바트, 까사미아 등 대형업체 소비자는 대부분 자녀를 둔 30대 후반 이상의 고객”이라며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30대 젊은 세대가 주로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케아와는 소비자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가구 제조기반 몰려 있는 경기도 비상
이케아가 몰고 올 국내 가구시장의 판도 변화는 경기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기 광명시와 고양시에 잇따라 매장 이 들어서는 데다 국내 가구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경기지역에 몰려 있어 가구 생산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2012년 기준 경기지역 내 가구 제조업체의 총 매출은 3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경기도가 경기개발연구원에 발주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이케아의 한국 진출로 경기 내 가구 제조업체는 30~40%, 판매업체는 20~30%의 매출 감소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3일 포천 가구단지를 찾아 영세 가구업체를 살리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기도는 이케아 매장 개장에 따른 도내 가구업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동전시판매장 마련 △가구 마이스터고등학교 설립 △가구종합지원센터 건립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가구업체 관계자들은 ‘경기도의 대응책 마련이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석가구공단에서 만난 한 침대 생산업체 대표는 “이케아가 광명시에 매장을 내겠다며 땅을 사들인 게 이미 3년 전”이라며 “매장 개장이 임박해서야 이케아 맞은편에 중소업체를 위한 전시판매장을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 이케아 매장 한 곳의 연평균 매출은 약 1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경기도가 도내 가구산업 진흥을 위해 배정한 예산은 12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중소 업체들의 불만이다. 이 중 9억원은 가구 관련 연구 등을 담당하는 가구인증시험연구원 건립에 들어가며 나머지는 가구공급자 박람회 등에 사용된다. 가구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여줄 직접적인 지원 방안은 거의 없다.
공동브랜드 만들어 활로 찾아야
가구업계에선 사실상의 대형마트인 이케아가 각종 영업규제를 피하기 위해 가구전문점으로 영업허가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전 세계 이케아 매장은 가구뿐 아니라 조명기기, 주방·욕실용품, 문구류 등까지 함께 판매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선 가구와 비가구 제품의 비중이 4 대 6인 이케아 광명점이 대형마트로 등록하지 않은 것은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형마트는 인근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 시행 등의 규제를 받지만 가구 전문점으로 허가받아 이런 규제를 교묘히 피해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케아가 국내 가구 시장에서도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5.9%였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중이 2020년 29.6%, 2035년 34.3%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자인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1인 가구의 비중이 올라갈수록 저렴한 가격에 세계적 인지도를 갖춘 이케아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전망이 많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케아의 진출로 영세 가구업체들이 줄도산하는 등 가구업계가 몇몇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마석가구단지 등도 개별 브랜드가 아닌 가구단지 공동 브랜드를 마련하는 등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석가구단지는…
마석가 구단지는 1960년대만 해도 고향을 떠나 전국을 방랑하던 한센인들이 모여 돼지와 닭을 기르던 축산단지였다. 양돈장이 자취를 감춘 자리에 1990년대 초부터 가구공장이 하나둘 들어섰다.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등 서울 북부지역에 있던 공장들이 비싼 임대료에 밀려 하나둘씩 남양주에 들어와 가구단지를 형성했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필리핀과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 1200여명이 공장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400여명으로 줄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IKEA)의 국내 1호점인 경기 광명점 개장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 가구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전 세계 이케아 매장 중 최대 규모인 광명점을 시작으로 경기 고양시와 서울 강동구에 매장이 잇달아 들어서게 되면 중소가구업체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0년 이케아의 국내 가정용 가구시장 점유율이 19%(7500억원 규모)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경기 광주 포천 남양주 등 전국 가구 제조업체(10인 이상 사업장)의 57.8%인 721개가 몰려 있는 경기도는 이케아 광명점 부지 맞은편에 중소가구 전시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비상이 걸렸다.
‘가구 공룡’의 진출…중소업체 직격탄
스웨덴에서 1943년 설립된 이케아는 전 세계 42개국에서 34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가구·가정용품 그룹이다. 2013년 이케아의 매출액은 285억유로(약 42조원) 규모다. 2011년 한국 진출을 선언한 이케아는 다음달 18일 광명점 개장을 시작으로 경기 고양시, 서울 강동구에도 매장을 낼 계획이다. 이케아 광명점은 연면적 13만1550㎡(약 4만평) 규모로 축구장 18개를 합친 것과 같은 크기다. 침대, 소파, 식탁 등 가구부터 카펫, 조명 같은 가정용품까지 80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이케아는 미국 유럽 등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사람들을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소비자가 직접 분해된 상태의 가구를 운반한 뒤 조립, 설치하는 DIY(Do It Yourself) 가구여서, 주머니가 가벼운 유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국내에서도 DIY 시스템을 유지할 방침이지만, 가구를 직접 운반하고 조립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소비자를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경우 배송·조립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가구업계에서는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따른 타격이 중소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중소업체들은 중저가 위주의 상품군이 이케아와 겹치고, 대기업과 달리 온라인시장 진출을 통한 새로운 판로 개척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 현대리바트, 까사미아 등 대형업체 소비자는 대부분 자녀를 둔 30대 후반 이상의 고객”이라며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30대 젊은 세대가 주로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케아와는 소비자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가구 제조기반 몰려 있는 경기도 비상
이케아가 몰고 올 국내 가구시장의 판도 변화는 경기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기 광명시와 고양시에 잇따라 매장 이 들어서는 데다 국내 가구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경기지역에 몰려 있어 가구 생산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2012년 기준 경기지역 내 가구 제조업체의 총 매출은 3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경기도가 경기개발연구원에 발주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이케아의 한국 진출로 경기 내 가구 제조업체는 30~40%, 판매업체는 20~30%의 매출 감소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3일 포천 가구단지를 찾아 영세 가구업체를 살리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기도는 이케아 매장 개장에 따른 도내 가구업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동전시판매장 마련 △가구 마이스터고등학교 설립 △가구종합지원센터 건립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가구업체 관계자들은 ‘경기도의 대응책 마련이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석가구공단에서 만난 한 침대 생산업체 대표는 “이케아가 광명시에 매장을 내겠다며 땅을 사들인 게 이미 3년 전”이라며 “매장 개장이 임박해서야 이케아 맞은편에 중소업체를 위한 전시판매장을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 이케아 매장 한 곳의 연평균 매출은 약 1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경기도가 도내 가구산업 진흥을 위해 배정한 예산은 12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중소 업체들의 불만이다. 이 중 9억원은 가구 관련 연구 등을 담당하는 가구인증시험연구원 건립에 들어가며 나머지는 가구공급자 박람회 등에 사용된다. 가구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여줄 직접적인 지원 방안은 거의 없다.
공동브랜드 만들어 활로 찾아야
가구업계에선 사실상의 대형마트인 이케아가 각종 영업규제를 피하기 위해 가구전문점으로 영업허가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전 세계 이케아 매장은 가구뿐 아니라 조명기기, 주방·욕실용품, 문구류 등까지 함께 판매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선 가구와 비가구 제품의 비중이 4 대 6인 이케아 광명점이 대형마트로 등록하지 않은 것은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형마트는 인근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 시행 등의 규제를 받지만 가구 전문점으로 허가받아 이런 규제를 교묘히 피해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케아가 국내 가구 시장에서도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5.9%였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중이 2020년 29.6%, 2035년 34.3%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자인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1인 가구의 비중이 올라갈수록 저렴한 가격에 세계적 인지도를 갖춘 이케아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전망이 많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케아의 진출로 영세 가구업체들이 줄도산하는 등 가구업계가 몇몇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마석가구단지 등도 개별 브랜드가 아닌 가구단지 공동 브랜드를 마련하는 등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석가구단지는…
마석가 구단지는 1960년대만 해도 고향을 떠나 전국을 방랑하던 한센인들이 모여 돼지와 닭을 기르던 축산단지였다. 양돈장이 자취를 감춘 자리에 1990년대 초부터 가구공장이 하나둘 들어섰다.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등 서울 북부지역에 있던 공장들이 비싼 임대료에 밀려 하나둘씩 남양주에 들어와 가구단지를 형성했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필리핀과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 1200여명이 공장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400여명으로 줄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