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르는 '한국은행법 개정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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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술자리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한국은행 사람들이 떠올리는 옛일이 있다. 2011년 8월 한은법이 개정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이다. 2009년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이 개정안을 놓고 3년간 국회가 시끌벅적했다. 개정안은 ‘금융회사를 단독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한은에 주는 게 골자였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각국 중앙은행의 숙제는 금융시장 안정이었다. 한은은 그 수단으로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 조사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에 반대했고 금융업계도 반발했다. 소관기관 지키기에 바빴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는 ‘밥그릇 싸움’ 논란을 일으켰다.
결과는 ‘한은의 패배’였다. 한은 사람들의 자체 평가다. 2011년 개정안이 국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단독조사권 내용은 빠졌기 때문이다. 대신 금감원과 공동검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젊은 한은맨들은 “당시 제대로 싸웠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낼 때가 많다. 기회란 또 오는 걸까. 또 다른 한은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국회 기재위에 상정됐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제출한 이번 안은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은의 목적에 지급결제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추가하고 한은이 지급결제제도의 운영기준을 결정하며, 이를 못 맞추는 기관에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대부분 2011년 한은법 개정 때 논란이 됐던 내용이다. 기재위는 최근 검토보고서에서 “2009~2011년 관계기관과 상임위원회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배제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라며 “특별한 사정 변화가 보이지 않는 한 좀 더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바뀌었다는 반론도 있다. 박 의원 관계자는 “2011년 법 개정만으로는 금융안정을 꾀할 수 없다”며 “중앙은행 역할에 대한 기존 고민을 다 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 등 새로운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생겨나고,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영역 확장 중인 만큼 한은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은의 설립목적에 대한 한은법 1조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 안은 ‘금융안정’을 기존 제1목표인 ‘물가안정’과 같은 지위에 올렸다. 금융안정 책무는 2011년 한은법 개정 때 추가됐지만 이는 물가안정 다음에 오는 부수적인 것이었다. 금융회사 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위, 금감원과 역할이 겹친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매번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 의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의 유동성을 관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중앙은행이므로 금융안정도 명확한 1목표”라고 맞섰다.
마지막으로 단독조사권의 문제다. 한은은 금융안정이란 목표는 있는데 이를 실현할 수단이 부족하다고 주장해 왔다. 한은의 공동검사권은 금감원 없이 따로 실행될 수 없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만 해도 특정 금융회사가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대출을 집행하고 있는지는 한은이 조사할 수 없다”며 불만이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이번 법안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자칫 3년 전 논란의 재탕이 될 것이란 우려다. 자칫 금융위 등 다른 기관과 볼썽사나운 신경전을 벌이게 될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순히 검사권을 강화하는 문제보다는 전체 거시건전성 감독의 틀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며 “큰 그림을 그려본 뒤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미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각국 중앙은행의 숙제는 금융시장 안정이었다. 한은은 그 수단으로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 조사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에 반대했고 금융업계도 반발했다. 소관기관 지키기에 바빴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는 ‘밥그릇 싸움’ 논란을 일으켰다.
결과는 ‘한은의 패배’였다. 한은 사람들의 자체 평가다. 2011년 개정안이 국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단독조사권 내용은 빠졌기 때문이다. 대신 금감원과 공동검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젊은 한은맨들은 “당시 제대로 싸웠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낼 때가 많다. 기회란 또 오는 걸까. 또 다른 한은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국회 기재위에 상정됐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제출한 이번 안은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은의 목적에 지급결제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추가하고 한은이 지급결제제도의 운영기준을 결정하며, 이를 못 맞추는 기관에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대부분 2011년 한은법 개정 때 논란이 됐던 내용이다. 기재위는 최근 검토보고서에서 “2009~2011년 관계기관과 상임위원회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배제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라며 “특별한 사정 변화가 보이지 않는 한 좀 더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바뀌었다는 반론도 있다. 박 의원 관계자는 “2011년 법 개정만으로는 금융안정을 꾀할 수 없다”며 “중앙은행 역할에 대한 기존 고민을 다 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 등 새로운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생겨나고,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영역 확장 중인 만큼 한은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은의 설립목적에 대한 한은법 1조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 안은 ‘금융안정’을 기존 제1목표인 ‘물가안정’과 같은 지위에 올렸다. 금융안정 책무는 2011년 한은법 개정 때 추가됐지만 이는 물가안정 다음에 오는 부수적인 것이었다. 금융회사 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위, 금감원과 역할이 겹친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매번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 의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의 유동성을 관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중앙은행이므로 금융안정도 명확한 1목표”라고 맞섰다.
마지막으로 단독조사권의 문제다. 한은은 금융안정이란 목표는 있는데 이를 실현할 수단이 부족하다고 주장해 왔다. 한은의 공동검사권은 금감원 없이 따로 실행될 수 없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만 해도 특정 금융회사가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대출을 집행하고 있는지는 한은이 조사할 수 없다”며 불만이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이번 법안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자칫 3년 전 논란의 재탕이 될 것이란 우려다. 자칫 금융위 등 다른 기관과 볼썽사나운 신경전을 벌이게 될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순히 검사권을 강화하는 문제보다는 전체 거시건전성 감독의 틀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며 “큰 그림을 그려본 뒤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미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