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 대신 '브라보' 마술쇼·영화·음악회…문화 송년회 붐
대우건설 건축설비기술팀은 지난 25일 직원과 가족 등 35명이 함께 모여 송년회를 열었다. 술잔이 오가며 건배사를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에서 식사한 뒤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마술쇼 ‘최현우의 브레인’을 봤다. 송년회에 참석한 구동현 씨(31)는 “온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낸 데다 직원들끼리 정보 공유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송년회 풍속도가 ‘술’에서 ‘문화’로 바뀌고 있다. 먹고 마시는 회식 대신 가족들과 함께 공연·전시회를 관람하는 문화 송년회가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 LG 등 대기업의 올해 송년회 화두도 ‘나눔’과 ‘문화’다. 특급호텔들은 콘서트와 영화, 전시회 등을 함께 묶은 송년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대낮 송년회’를 하는 곳도 있다. 재단법인 고려문화재연구원은 다음달 12일 회사 근처 레스토랑을 빌려 20명 남짓한 전 직원이 함께 점심식사를 한 뒤 송년 행사를 열기로 했다.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2만원 이하 선물을 서로 교환한 다음 영화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을 보고 오후 5시께 퇴근하는 일정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는 회식보다 공연·전시회 관람이나 야외 활동이 참가자들의 관계 만족감을 높여준다”며 “문화 송년회는 기업의 생산성, 팀워크 향상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선/이승우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