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자리가 잦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숙취 해소용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숙취 해소제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32% 증가했다. 숙취 해소에 좋다는 유자차·모과차가 48%, 양파즙 30%, 비타민·쌍화탕 등 자양강장제 26%, 헛개즙·칡즙 판매가 22% 늘었다. 각종 연말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술 때문에 한국인의 몸은 질병에 시달리기 쉽다. 연말 술자리 뒤 발생할 수 있는 질환과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습관성 구토, 역류성식도염

연말 과음과 과식은 역류성식도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과음과 과식으로 이어지기 쉬운 연말 약속이 많이 잡힌 직장인들이라면 역류성식도염을 조심해야 한다. 역류성식도염은 말 그대로 위장 속 내용물이 식도 내로 역류하는 질환이다.

이 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타는 듯한 가슴 쓰림이 느껴지고 신물이나 쓴물이 올라오면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목에 이물질이 걸린 느낌이 든다면 역류성식도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환자 중 상당수가 기침이나 가슴 통증으로, 감기 혹은 심장병 등으로 오인해 다른 약을 먹는데 만약 마른 기침이 1~2주일 지속되고 목소리가 쉬거나 신물이 올라온다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역류성식도염은 위내시경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고 약물로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재발하기가 쉬워 식생활 개선이 필요하다. 과음이나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커피, 주스 등의 음료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또 야식이나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 등도 좋지 않다. 복압을 증가시키는 꽉 조이는 옷도 입지 않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교수는 “과음과 과식을 하고 습관적으로 구토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식도 점막이나 위 점막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출혈을 일으킬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밤에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위산 역류를 촉진하기 때문에 왼쪽으로 누워서 자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연말 심해지는 치주질환

대 한치주과학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치주질환 진료 인원이 466만명에서 1027만명으로 2.2배 증가했다. 이는 전체 국민질환 중 2위를 차지하는 수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3.1%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 60대 순이다. 특히 연말에 치주질환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수차례 연말모임을 하고 나면 예상치 못하게 치아 건강이 현저히 악화되기 때문이다. 술 원료 자체도 충치를 유발할 수 있고, 술과 함께 먹는 찌개·탕 등의 안주도 염분이 많아 충치가 발생하기 쉬운 산성 환경으로 만든다.

또 술은 혈압을 상승시켜 잇몸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술에 취하게 되면 귀가 후 제대로 양치질을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깨끗하게 제거하지 않은 치태가 충치 원인을 제공한다. 또 음주 후 잠을 잘 때는 입으로 숨을 쉬는 경우가 많아 입속이 건조해지고, 이로 인해 치주염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김성태 서울대 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특히 과음 후 구토는 치아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데, 구토 중에 넘어온 위산이 입속에 남아 치아를 부식시키고 잇몸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며 “구토 후에는 위산이 치아를 깎을 수 있어 바로 칫솔질을 하지 말고 30분 정도 뒤에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음식·대화를 즐겨라

전문의들은 음주보다 음식과 수분 섭취에 집중하는 것이 과음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음주 전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함께 즐기고 지속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면 포만감으로 음주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장 재영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연말이 되면 짧은 기간에 술자리가 많아지고 술을 권하는 것이 친근감의 표시인 음주문화가 과음을 불러 건강을 해치기 쉽다”며 “과음을 한 경우에는 3일 정도 금주하는 것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얼큰한 해장국은 위에 자극을 줄 수 있으니 피하고 미역국·북엇국·콩나물국과 같은 맑은국이나 토마토주스와 같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장재영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성태 서울대 치과병원 치주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