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계암고택' 300년 된 사랑채서 시조 읊어보고, '청송 민예촌' 가족과 TV 없이 1박2일 생활하기…'연천 조선왕가' 왕실의 훈욕 테라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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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한옥
명승지를 찾아가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때로는 우리 조상들의 따뜻한 숨결이 남아 있는 한옥을 찾아 가는 것도 근사한 여행이다. 조상들의 지혜가 가득 담긴 한옥은 이야기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테마가 있는 한옥’으로 떠나보자.
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댄 명당, 구례 쌍산재
지리산에 기대어 섬진강을 바라보는 전남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일대는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사도리 상사마을에 있는 쌍산재는 1만6500㎡가 넘는 집터에 여러 동의 살림채와 별채·서당채 등 부속 건물, 대숲, 잔디밭까지 있는 가옥이다. 해주 오씨인 주인장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았다.
모든 건물이 숙소로 꾸며져 호젓하고 편안하게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주인장의 고조부가 지은 서당인 쌍산재가 그대로 남아 있고,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인 당몰샘이 집 앞을 지킨다. 쌍산재의 아담한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가 마주 보고, 오른쪽에 무심한 듯 비켜 앉은 건너채가 있다. 갓 쓴 선비 대신 푸성귀 다듬는 할머니가 앉아 계실 듯 정겨운 구조다. 목에 힘이 들어간 양반 가옥이 아니라 소박한 여염집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유가 특별하다.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책을 가까이하며 검소하게 살고자 한 선대의 가풍 때문이라고 주인장은 설명한다.
대문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것은 울창한 대숲 사이로 난 돌길이다. 한 발 한 발 돌을 디디며 처마가 멋들어진 별채와 아담한 정자인 호서정을 차례로 만난다. 최근에 새로 지었지만 대숲의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운치 있다. 겨울 한옥 체험의 즐거움 중 하나는 따끈한 아랫목이다. 쌍산재의 모든 숙소에선 아궁이에 불을 지필 수 있다. 통상 보일러를 가동하지만, 손님들이 원할 경우 직접 아궁이에 불을 땔 수 있도록 준비해 준다.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특별한 추억을 남겨보자. 쌍산재 010-3635-7115, (061)782-5179
300년의 시간을 느끼는 서산 계암고택
충남 서산시 한다리마을은 경주 김씨 집성촌이다. 안주목사를 지낸 김연이 서흥부사로 재직할 때 임꺽정을 토벌하고 얻은 사패지를 근거로 약 500년 전 들어와 집성촌을 이뤘다. 김연이 살았던 계암고택은 300년 정도 되는 옛집이다. 계암고택에 도착하면 솟을대문 옆으로 길게 돌담이 뻗고, 담장 위로 날아갈 듯 사뿐히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길손을 맞는다. 직선 돌담이 건물의 유려한 지붕 선과 중첩되면서 무질서하던 모습이 정돈된다. 솟을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넉넉한 마당이 나오고, ‘一(일)’자형 행랑채와 사랑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단아한 기와집은 여행객에게 고향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솟을대문 옆으로 길게 돌담이 뻗고, 담장 위로 날아갈 듯 사뿐히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아름답다. 북풍한설이 매서울수록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구들장을 데운 아랫목이 더욱 반갑다. 행랑채와 사랑채 앞마당은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요, 단아한 기와집에서 만나는 전통음식 만들기 등 고택 체험은 고향 같은 포근함을 선물한다. 소박하지만 기품과 위엄이 흐르는 멋, 치장하지 않아도 시와 음악이 절로 나는 멋스러운 정취가 계암고택에 스며 있다. 하룻밤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한옥을 즐기고 싶다면 고택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와당 만들기나 시조 창 부르기도 좋지만, 율병 만들기 같은 전통음식 체험도 어울린다. 계암고택 (041)688-1182 선조들의 심심한 일상체험…청송한옥민예촌
경북 청송에는 수백 년을 내려온 아름다운 고택이 많다. 고택은 오래된 집의 역사와 건축물 자
의 멋스러움이 더해져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규모나 시설의 제약으로 인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한옥의 멋을 놓치지 않으면서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등 현대적인 시설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주왕산 입구에 자리한 청송한옥민예촌이다. 대감댁, 영감댁, 훈장댁, 정승댁, 참봉댁, 교수댁, 생원댁, 주막 등 모두 8개 동에 28개 방이 있다. 대부분 청송에 있는 고택을 모델로 지어 청송의 전형적인 가옥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집마다 생김새와 구조가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담한 방엔 고가구가 멋스러우며, 선조들의 생활 방식을 느껴보도록 TV는 두지 않았다. 마당에서 전통놀이를 하고, 마을을 산책하고, 책도 보면서 심심한 일상에서 재미를 구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멋을 느껴보는 게 청송한옥민예촌의 한옥 체험이다.
대감댁은 송소고택이 있는 파천면 덕천마을 가옥 중 초전댁을 재현한 것으로, 상류층 양반집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솟을대문을 지나 들어가면 마당이 나오고, 사랑채 문을 통과하면 ‘ㅁ’자형 안마당에 이른다.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까지 방이 여러 개 있다. 안채 방과 방 사이에는 넓은 대청마루가 있어 요즘 같은 계절엔 발이 시리지만, 여름엔 시원하게 낮잠을 즐기기에 좋겠다. (054)870-6240
따뜻한 온기 영월 조견당과 우구정 가옥
강원 영월에는 가볼 만한 전통 한옥이 두 곳 있다. 주천면의 조견당(김종길 가옥)과 남면의 우구정 가옥이다. 100년 세월을 뛰어넘은 두 옛집은 서로 다른 개성으로 한옥 여행을 부추긴다. 남부 지방에 내로라하는 고택들이 유명세를 타지만, 이들 한옥은 추운 강원에서 꼿꼿한 자태를 지키기에 가치가 더욱 새삼스럽다.
주천고택 조견당은 옛것과 새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한옥이다. 느티나무 고목 아래 안채는 1827년에 상량했으니 그 세월이 200년 가까이 된다. 안채 대청마루의 천장을 떠받친 웅장한 대들보만 봐도 당시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대들보 목재의 수령이 800년쯤 된다고 하니 집 한 채에 1000년 세월의 깊이가 담긴 셈이다. 조견당의 장점은 한옥에서 하룻밤 묵는 데 그치지 않고 종부가 들려주는 고택의 사연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안채 외벽에 새겨진 문양과 집의 역사에 관한 얘기를 듣다 보면 고택에서 머무는 하룻밤이 더욱 잔잔하게 새겨진다.
남면의 우구정 한옥은 전통 시골집의 정서가 남아 있는 곳이다. 100년이 넘은 한옥은 큰 자리바꿈 없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작을 때는 아궁이며 그 위에 가마솥까지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푸근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집 모퉁이에는 수백 년 세월을 지켜온 느티나무가 서 있으며, 밭 너머로는 평창강이 흐르는 고요한 시골 마을이다.
우구정 가옥은 안채, 사랑채, 헛간채로 구성된 ‘ㅁ’자형 기와집이다. 자연석으로 기단을 만들고 안채 뒤로 돌담을 두른 중부 영서 지방의 전통가옥 형태를 띤다. 방은 단출하다. 안채, 건넌방, 사랑방 등 세 개다. 이 방은 모두 장작으로 구들에 불을 땐다. 방 옆에는 대청마루와 툇마루가 붙어 있고, 창호 문만 열면 소소한 시골 정경이 펼쳐진다. 우구정 가옥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70호로 등록됐으며, 하룻밤 묵는 비용은 5만~13만원이다. 영월군 관광안내 1577-0545
연천으로 옮겨 앉은 황손의 집, 조선왕가
조선왕가의 염근당은 원래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옆에 있었다. 대학 기숙사에 터를 내주고 사라질 운명이었던 이 집을 연천으로 옮겨 지은 사람은 조선왕가의 주인 남권희·김미향 씨 부부다.
건물 해체 도중 집주인이 누구인지 밝 혀줄 상량문이 발견됐다. 상량문에는 이 집을 지은 사람이 고종 황제의 손자 ‘이근’이며, 건물의 이름이 ‘미나리처럼 혼탁한 물속에서도 추운 겨울을 이기고 자라는 기상을 생각하는 집’이라는 뜻이 있는 ‘염근당’이라는 내용이 기록됐다. 황손의 집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는 귀중한 한옥이다.
높은 기단 위에 우뚝 자리한 염근당은 일반 민가에서 보기 힘든 곧게 뻗은 기둥과 서까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디 하나 금 가고 터진 곳이 없는 자재는 모두 궁궐을 지을 때 쓰이는 금강송을 잘 말려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연천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누마루가 인상적인 사반정과 어우러져 ‘ㅁ’자 마당을 완성하는 염근당 뒤편엔 별채인 자은정이 있다. 모두 황토로 벽과 바닥을 채워 힐링을 위한 장소로 재탄생됐다.
조선왕가에서는 숙박 외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끓인 물로 온몸의 독소를 빼내는 왕가비 훈욕 테라피, 황토편백 찜질방에서 찜질하기, 약재 가루를 넣어 비누 만들기 등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글램핑장도 운영한다. 이곳에서 직접 발효시킨 여러 가지 효소차와 약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운영한다. 조선왕가 (031)834-8383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댄 명당, 구례 쌍산재
지리산에 기대어 섬진강을 바라보는 전남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일대는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사도리 상사마을에 있는 쌍산재는 1만6500㎡가 넘는 집터에 여러 동의 살림채와 별채·서당채 등 부속 건물, 대숲, 잔디밭까지 있는 가옥이다. 해주 오씨인 주인장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았다.
모든 건물이 숙소로 꾸며져 호젓하고 편안하게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주인장의 고조부가 지은 서당인 쌍산재가 그대로 남아 있고,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인 당몰샘이 집 앞을 지킨다. 쌍산재의 아담한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가 마주 보고, 오른쪽에 무심한 듯 비켜 앉은 건너채가 있다. 갓 쓴 선비 대신 푸성귀 다듬는 할머니가 앉아 계실 듯 정겨운 구조다. 목에 힘이 들어간 양반 가옥이 아니라 소박한 여염집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유가 특별하다.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책을 가까이하며 검소하게 살고자 한 선대의 가풍 때문이라고 주인장은 설명한다.
대문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것은 울창한 대숲 사이로 난 돌길이다. 한 발 한 발 돌을 디디며 처마가 멋들어진 별채와 아담한 정자인 호서정을 차례로 만난다. 최근에 새로 지었지만 대숲의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운치 있다. 겨울 한옥 체험의 즐거움 중 하나는 따끈한 아랫목이다. 쌍산재의 모든 숙소에선 아궁이에 불을 지필 수 있다. 통상 보일러를 가동하지만, 손님들이 원할 경우 직접 아궁이에 불을 땔 수 있도록 준비해 준다.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특별한 추억을 남겨보자. 쌍산재 010-3635-7115, (061)782-5179
300년의 시간을 느끼는 서산 계암고택
충남 서산시 한다리마을은 경주 김씨 집성촌이다. 안주목사를 지낸 김연이 서흥부사로 재직할 때 임꺽정을 토벌하고 얻은 사패지를 근거로 약 500년 전 들어와 집성촌을 이뤘다. 김연이 살았던 계암고택은 300년 정도 되는 옛집이다. 계암고택에 도착하면 솟을대문 옆으로 길게 돌담이 뻗고, 담장 위로 날아갈 듯 사뿐히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길손을 맞는다. 직선 돌담이 건물의 유려한 지붕 선과 중첩되면서 무질서하던 모습이 정돈된다. 솟을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넉넉한 마당이 나오고, ‘一(일)’자형 행랑채와 사랑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단아한 기와집은 여행객에게 고향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솟을대문 옆으로 길게 돌담이 뻗고, 담장 위로 날아갈 듯 사뿐히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아름답다. 북풍한설이 매서울수록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구들장을 데운 아랫목이 더욱 반갑다. 행랑채와 사랑채 앞마당은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요, 단아한 기와집에서 만나는 전통음식 만들기 등 고택 체험은 고향 같은 포근함을 선물한다. 소박하지만 기품과 위엄이 흐르는 멋, 치장하지 않아도 시와 음악이 절로 나는 멋스러운 정취가 계암고택에 스며 있다. 하룻밤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한옥을 즐기고 싶다면 고택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와당 만들기나 시조 창 부르기도 좋지만, 율병 만들기 같은 전통음식 체험도 어울린다. 계암고택 (041)688-1182 선조들의 심심한 일상체험…청송한옥민예촌
경북 청송에는 수백 년을 내려온 아름다운 고택이 많다. 고택은 오래된 집의 역사와 건축물 자
의 멋스러움이 더해져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규모나 시설의 제약으로 인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한옥의 멋을 놓치지 않으면서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등 현대적인 시설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주왕산 입구에 자리한 청송한옥민예촌이다. 대감댁, 영감댁, 훈장댁, 정승댁, 참봉댁, 교수댁, 생원댁, 주막 등 모두 8개 동에 28개 방이 있다. 대부분 청송에 있는 고택을 모델로 지어 청송의 전형적인 가옥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집마다 생김새와 구조가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담한 방엔 고가구가 멋스러우며, 선조들의 생활 방식을 느껴보도록 TV는 두지 않았다. 마당에서 전통놀이를 하고, 마을을 산책하고, 책도 보면서 심심한 일상에서 재미를 구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멋을 느껴보는 게 청송한옥민예촌의 한옥 체험이다.
대감댁은 송소고택이 있는 파천면 덕천마을 가옥 중 초전댁을 재현한 것으로, 상류층 양반집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솟을대문을 지나 들어가면 마당이 나오고, 사랑채 문을 통과하면 ‘ㅁ’자형 안마당에 이른다.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까지 방이 여러 개 있다. 안채 방과 방 사이에는 넓은 대청마루가 있어 요즘 같은 계절엔 발이 시리지만, 여름엔 시원하게 낮잠을 즐기기에 좋겠다. (054)870-6240
따뜻한 온기 영월 조견당과 우구정 가옥
강원 영월에는 가볼 만한 전통 한옥이 두 곳 있다. 주천면의 조견당(김종길 가옥)과 남면의 우구정 가옥이다. 100년 세월을 뛰어넘은 두 옛집은 서로 다른 개성으로 한옥 여행을 부추긴다. 남부 지방에 내로라하는 고택들이 유명세를 타지만, 이들 한옥은 추운 강원에서 꼿꼿한 자태를 지키기에 가치가 더욱 새삼스럽다.
주천고택 조견당은 옛것과 새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한옥이다. 느티나무 고목 아래 안채는 1827년에 상량했으니 그 세월이 200년 가까이 된다. 안채 대청마루의 천장을 떠받친 웅장한 대들보만 봐도 당시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대들보 목재의 수령이 800년쯤 된다고 하니 집 한 채에 1000년 세월의 깊이가 담긴 셈이다. 조견당의 장점은 한옥에서 하룻밤 묵는 데 그치지 않고 종부가 들려주는 고택의 사연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안채 외벽에 새겨진 문양과 집의 역사에 관한 얘기를 듣다 보면 고택에서 머무는 하룻밤이 더욱 잔잔하게 새겨진다.
남면의 우구정 한옥은 전통 시골집의 정서가 남아 있는 곳이다. 100년이 넘은 한옥은 큰 자리바꿈 없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작을 때는 아궁이며 그 위에 가마솥까지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푸근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집 모퉁이에는 수백 년 세월을 지켜온 느티나무가 서 있으며, 밭 너머로는 평창강이 흐르는 고요한 시골 마을이다.
우구정 가옥은 안채, 사랑채, 헛간채로 구성된 ‘ㅁ’자형 기와집이다. 자연석으로 기단을 만들고 안채 뒤로 돌담을 두른 중부 영서 지방의 전통가옥 형태를 띤다. 방은 단출하다. 안채, 건넌방, 사랑방 등 세 개다. 이 방은 모두 장작으로 구들에 불을 땐다. 방 옆에는 대청마루와 툇마루가 붙어 있고, 창호 문만 열면 소소한 시골 정경이 펼쳐진다. 우구정 가옥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70호로 등록됐으며, 하룻밤 묵는 비용은 5만~13만원이다. 영월군 관광안내 1577-0545
연천으로 옮겨 앉은 황손의 집, 조선왕가
조선왕가의 염근당은 원래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옆에 있었다. 대학 기숙사에 터를 내주고 사라질 운명이었던 이 집을 연천으로 옮겨 지은 사람은 조선왕가의 주인 남권희·김미향 씨 부부다.
건물 해체 도중 집주인이 누구인지 밝 혀줄 상량문이 발견됐다. 상량문에는 이 집을 지은 사람이 고종 황제의 손자 ‘이근’이며, 건물의 이름이 ‘미나리처럼 혼탁한 물속에서도 추운 겨울을 이기고 자라는 기상을 생각하는 집’이라는 뜻이 있는 ‘염근당’이라는 내용이 기록됐다. 황손의 집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는 귀중한 한옥이다.
높은 기단 위에 우뚝 자리한 염근당은 일반 민가에서 보기 힘든 곧게 뻗은 기둥과 서까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디 하나 금 가고 터진 곳이 없는 자재는 모두 궁궐을 지을 때 쓰이는 금강송을 잘 말려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연천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누마루가 인상적인 사반정과 어우러져 ‘ㅁ’자 마당을 완성하는 염근당 뒤편엔 별채인 자은정이 있다. 모두 황토로 벽과 바닥을 채워 힐링을 위한 장소로 재탄생됐다.
조선왕가에서는 숙박 외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끓인 물로 온몸의 독소를 빼내는 왕가비 훈욕 테라피, 황토편백 찜질방에서 찜질하기, 약재 가루를 넣어 비누 만들기 등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글램핑장도 운영한다. 이곳에서 직접 발효시킨 여러 가지 효소차와 약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운영한다. 조선왕가 (031)834-8383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