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시장에 찬바람…덤핑·폐업 속출
아웃도어 시장에 찬바람…덤핑·폐업 속출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는 올가을 갓 출시한 ‘신상’ 다운재킷을 20~3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아웃도어 의류 시장의 ‘빅3’인 이들 업체가 신제품값을 깎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후발주자일수록 세일 폭은 더욱 커져 40~50%에 달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상위 브랜드마저 성장이 정체되고 본격적인 ‘가격 경쟁 모드’에 접어든 것은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아웃도어 시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해마다 20~30%씩 성장하던 아웃도어 시장이 얼어붙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아웃도어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일부 중소 브랜드 중에선 사업을 중단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스페인 아웃도어 터누아를 판매하던 라페스포츠는 부도를 냈고, 노티카아웃도어의 아마넥스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LF 인터스포츠와 이랜드 버그하우스도 연말까지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 세정그룹은 센터폴 아웃도어 조직을 축소했고, 네파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당초 목표했던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두 업체들도 판매 부진에 시달리면서 최악의 겨울을 맞고 있다. 한 백화점에서 매출 상위 5대 브랜드인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K2, 컬럼비아의 매출은 석 달 연속 줄었다. 지난 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고 10월엔 6.6%, 11월엔 4.1% 감소했다. 아웃도어 의류는 4분기 매출이 1년 실적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백화점 관계자는 “주력 상품인 고가 다운재킷만 떼어놓고 보면 브랜드별로 매출이 10~20%씩 줄었다”고 말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07년 1조5000억원, 2011년 3조원에서 지난해 6조4000억원까지 뛰어 세계 2위에 달한다. 패션시장이 침체에 빠져 허덕이는 동안에도 아웃도어만큼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하지만 성장세가 확 꺾이면서 업계 전반에 심각한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아웃도어 성장률은 2010년 40%대에 달했으나 올해는 한 자릿수에 그칠 전망이다.

패션컨설팅업체 MPI의 최현호 대표는 “주요 업체의 재고자산 증가 속도가 매출 증가 속도보다 몇 배나 높다”며 “공개적으론 말을 아끼지만 걱정들이 많다”고 전했다. “예전엔 사람들이 공항이나 골프장에서 죄다 아웃도어를 입었는데 요즘은 눈에 띄게 줄었어요. 집에 몇 벌씩 있다 보니 이젠 식상해진 거죠.”

업체들은 새 성장동력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등이 디자인을 강조한 신상품을 부쩍 늘렸고 블랙야크, K2 등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김준현 블랙야크 마케팅본부장은 “등산 위주에서 벗어나 새 영역을 발굴하고 한류를 활용해 중화권을 공략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