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절반의 성공과 실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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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
“직(職)을 걸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작년 6월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 민영화에 세 번이나 실패했지만, 기필코 성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후 나온 매각방안은 의지 못지않게 과감하고 신선했다. 우리금융그룹 소속 14개 자회사를 지방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은행 등으로 분류해 쪼개 파는 ‘3단계 분리매각’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금융위의 구상은 착착 현실화됐다. 올 상반기까지 8개 자회사를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만 팔면 완벽한 임무 수행이었다. 우리은행 역시 경영권지분(주식 30%)과 소수지분으로 ‘먹기 좋게’ 잘라서 내놓은 탓에 새 주인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끝난 우리은행 경영권(지분 30%) 매각 예비입찰은 유찰되고 말았다. 응찰자가 중국 안방보험 한 곳에 그쳐 ‘유효경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유력 후보였던 교보생명이 막판에 발을 뺀 결과였다.
우리은행 매각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금융위는 ‘절반의 성공’이라며 괘념치 않는 분위기다. 우리투자증권 경남·광주은행 등 굵직한 자회사들을 처분한데다, 은행도 소수지분(26.97%) 매각으로 정부 지분율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절반의 성공’이라기보다 ‘절반의 실패’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매각 과정에서 터져 나온 잡음과 논란으로 금융당국의 신뢰가 훼손된 점이 특히 아픈 대목이다. 금융위가 교보생명과 안방보험 등을 ‘부적격자’로 보고 있다는 의중이 알려진 탓에 입찰은 막판까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매각공고 당시 입찰자격 제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금융위가 뒤늦게 부적절한 개입으로 ‘판’을 깼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사전검토 미흡으로 소수지분 입찰에 미국 자본 참여가 원천배제되는 어이없는 결과가 초래됐다.
지금은 ‘절반의 성공’이라며 자위하기보다 냉정한 반성을 앞세워야 할 시점이다. 정확한 현실진단이야말로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대업 완수를 위한 ‘플랜 B’의 전제조건이다.
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
이후 나온 매각방안은 의지 못지않게 과감하고 신선했다. 우리금융그룹 소속 14개 자회사를 지방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은행 등으로 분류해 쪼개 파는 ‘3단계 분리매각’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금융위의 구상은 착착 현실화됐다. 올 상반기까지 8개 자회사를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만 팔면 완벽한 임무 수행이었다. 우리은행 역시 경영권지분(주식 30%)과 소수지분으로 ‘먹기 좋게’ 잘라서 내놓은 탓에 새 주인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끝난 우리은행 경영권(지분 30%) 매각 예비입찰은 유찰되고 말았다. 응찰자가 중국 안방보험 한 곳에 그쳐 ‘유효경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유력 후보였던 교보생명이 막판에 발을 뺀 결과였다.
우리은행 매각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금융위는 ‘절반의 성공’이라며 괘념치 않는 분위기다. 우리투자증권 경남·광주은행 등 굵직한 자회사들을 처분한데다, 은행도 소수지분(26.97%) 매각으로 정부 지분율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절반의 성공’이라기보다 ‘절반의 실패’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매각 과정에서 터져 나온 잡음과 논란으로 금융당국의 신뢰가 훼손된 점이 특히 아픈 대목이다. 금융위가 교보생명과 안방보험 등을 ‘부적격자’로 보고 있다는 의중이 알려진 탓에 입찰은 막판까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매각공고 당시 입찰자격 제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금융위가 뒤늦게 부적절한 개입으로 ‘판’을 깼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사전검토 미흡으로 소수지분 입찰에 미국 자본 참여가 원천배제되는 어이없는 결과가 초래됐다.
지금은 ‘절반의 성공’이라며 자위하기보다 냉정한 반성을 앞세워야 할 시점이다. 정확한 현실진단이야말로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대업 완수를 위한 ‘플랜 B’의 전제조건이다.
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