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주 전격 사임을 발표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너서클(핵심 측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헤이글 장관이 외교안보 이슈를 놓고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 참모들과 갈등을 빚어오다 파워게임에서 밀려 경질됐기 때문이다. 헤이글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도하차한 세 번째 국방장관이다. 전임자 모두 백악관 이너서클과 마찰을 빚다가 물러났다. 중국의 권력은 ‘시진핑 사단’이 쥐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허베이성 저장성 등에서 함께 일했던 지방인맥인 시진핑 사단의 인력을 요직에 포진시켜 권력을 통제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정부의 핵심 정책은 총리 비서관실의 ‘경산파(경제산업성 출신)’에서 나온다. 오바마의 이너서클과 ‘시진핑 사단’, 아베의 ‘경산파’가 세계의 권력을 쥐고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카고 3인방 주축…인사·외교정책 결정

미국이 에볼라 공포에 떨던 지난 10월 중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에볼라 대응을 총괄하는 조정관(에볼라 차르)에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존 클레인을 임명한 것.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의료지식과 전염병 통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차르에 임명돼 당국의 에볼라 관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들도 주무부처 장관 등이 배제된 채 백악관 이너서클이 만든 ‘밀실 인사’라고 꼬집었다.

백악관 이너서클의 핵심은 2008년 대선 캠프 출신인 ‘시카고 사단 3인방’이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45)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50), 밸러리 재럿 선임보좌관(58)이다. 맥도너 실장과 라이스 보좌관은 외교군사안보 분야, 재럿 보좌관은 국내 이슈와 부처 간 조율업무를 맡는다.

맥도너 실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인 2007년 외교정책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국무부 아프리카담당 차관보를 지낸 라이스는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캠프에 합류했다. ‘백악관의 숨은 실세’인 재럿은 1991년 시카고 시장의 부비서실장으로 일할 때 당시 오바마의 약혼녀이던 미셸에게 시장의 법률자문관 자리를 주면서 오바마와 인연을 맺었다.

주요 인사뿐만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은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그리고 시카고 사단 3인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패네타는 회고록에서 “백악관에 들어가면 참모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이미 다 결정해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백악관과 ‘주파수’가 다른 발언을 자주 하곤 했던 것 역시 이너서클의 장막에 갇혀 겉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지방 근무시절 만난 '4省 인맥' 전진배치

시진핑 국가주석은 흔히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력한 중국의 국가지도자라는 평을 듣는다. 그는 국가주석직에 오른 이후 국가안전위원회 주석,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장 등 10개 직위를 겸직하면서 정치·경제·군사·외교·언론·사법 분야를 직접 관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최측근들을 요직에 전진 배치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펴낸 ‘시진핑의 이너서클’이란 보고서에서 시진핑 사단은 과거 허베이성·저장성·푸젠성·상하이시 등 4개 지역에서 시진핑과 함께 일했던 지방인맥들로 구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시 진핑 사단의 핵심으로는 리잔수 공산당중앙판공청 주임이 꼽힌다. 한국으로 따지면 대통령 비서실장 격인 그는 지난 4월 신설 조직인 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주임으로 발탁됐다. 지난 1월 출범한 국가안전위원회는 국내 치안뿐 아니라 영유권 분쟁 등 외교 사안에 대처하는 국가안보 총괄기구다. 리 주임은 1983년 시 주석이 허베이성 정딩현 당서기로 근무할 때 인근 우지현 당서기로 일한 인연으로 시 주석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딩쉐샹 공산당 중앙판공청 부주임은 중국 정가에서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린다. 시 주석이 부패혐의로 실각한 천량위 전 상하이시 당서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2007년 3월 상하이시 당서기로 파견됐을 때 상하이시 판공청 주임으로 일하면서 깔끔한 일처리로 시 주석의 눈에 들었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의 핵심 요직인 중앙선전부 부부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중국 정계의 샛별’로 부상한 황쿤밍은 시 주석이 푸젠성 당서기로 일할 때부터 22년간 그를 보좌해 왔다.

왕후닝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은 시 주석의 지방인맥은 아니지만 ‘시진핑의 남자’로 불릴 만큼 최측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 주석의 핵심 외교노선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중국의 꿈’, ‘신형대국관계’ 등도 왕 주임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얘기가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경제산업성 출신, 총리 비서관실 꿰차

아베 신조 정부에서 정권의 핵심인 총리 비서관실은 ‘경산파(경제산업성 출신)’, 내각은 ‘옛 전우’들이 잡고 있다. 지난 18일 아베 신조 총리가 내년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세 인상을 1년6개월 연기하기로 결정한 데도 경산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정치는 ‘계파 정치’라고 할 정도로 파벌이 심하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정부 출범 당시부터 내각 구성에 “파벌 추천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한 후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당시 권력이 집중된 총리 비서관실 내에 뜨기 시작한 게 ‘경산파’다. 지난 9월 2차 아베 정부가 처음으로 개각을 단행했지만 비서관들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 서관실 내 7명의 비서관 중 이마이 다카야 정무비서관과 야나세 다다오 경산비서관은 경산성 출신이고 야마다 마코 총무비서관은 직전 경산성 상무정보정책국 심의관을 지냈다. 이마이 비서관은 1차 내각 때도 비서관으로 일한 적이 있으며 2차에서는 재무성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해 온 정무담당 자리를 꿰찼다.

아베 총리가 재무성과 당내 재정재건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비세 인상 연기를 결정한 데도 경산파가 총리 비서관실 내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난 24일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아베노믹스 ‘세 번째 화살(성장전략)’을 통해 부각된 기업 관련 정책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대부분 경산성 소관이다.

내각 구성에서 아베 총리는 계파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친정 체제’를 강화했다. 1차 정부 때 측근들로 구성한 ‘도모다치(친구) 내각’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내각에서도 변함없는 신뢰를 받고 있는 ‘옛 전우’들이 있다. 1차 내각 때 외무상을 지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경제산업상을 지낸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담당상, 총무상·내각부 특명담당상을 지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관방장관을 맡았던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 등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