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통일 대박론' 北 경제부터 직시해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과 달라지고 있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취재팀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처음 주목한 것은 후자였습니다. 사실 성장률을 제대로 알 길도 없습니다.

북한 경제가 배급제를 버렸다면, 제한적이나마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시장경제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있다면 그 자체로 평가할 만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갑자기 북한 경제가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거나 모처럼의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쳐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접경지역과 평양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민의 삶은 여전히 피폐합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전국 곳곳 애육원에 수용돼 있고 장사 수완이 모자라거나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밥을 굶어야 합니다.

공무원 월급이 북한 돈으로 3000원에 불과합니다. 시장환율이 달러당 8000원인 점에 비춰볼 때 50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정수시설 부족으로 배탈이 나도 병원에는 약품이 없습니다. 스마트폰과 명품 소비 행렬은 극소수 특권층의 얘기일 뿐입니다.

북한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장마당 활성화 정도로는 자생력을 가질 수 없는 경제입니다. 알면 알수록 기가 막히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일찍 ‘통일 대박론’을 터뜨린 것이 아닐까요.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더 변할 여지가 있다는 것. 취재팀이 확인한 총론은 여기까지입니다.

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