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향하는 '25㎏ 무역'…北고위관리 부인들 '루트'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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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3년…격랑의 북한경제
단둥세관 점령한 보따리상
물건 수억원어치 공동구매…컨테이너로 운반하기도
中 주재원도 장사 뛰어들어…3년 정도면 수억원 벌어
목숨 건 밀무역도 성행…보트 타고 압록강서 거래
단둥세관 점령한 보따리상
물건 수억원어치 공동구매…컨테이너로 운반하기도
中 주재원도 장사 뛰어들어…3년 정도면 수억원 벌어
목숨 건 밀무역도 성행…보트 타고 압록강서 거래
지난 27일 오전 8시 북·중 접경도시인 랴오닝성 단둥시의 세관 앞. 길게 늘어선 화물차 행렬 사이로 북한 사람들을 태운 3대의 버스가 세관 입구에 멈춰섰다. 오전 10시 단둥발 평양행 기차에 몸을 실으려는 이들이다. 이 중 한 대의 버스에는 따로 짐만 가득 실려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100여명은 저마다 자신의 몸집만한 짐을 챙겨들고 세관 검사대 안으로 사라졌다. 단둥의 대북소식통은 “여기 있는 모든 북한 사람이 보따리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단둥 세관에서는 이들에 대한 짐 검사로 매일 북새통을 이룬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100만원어치 사기도”
북·중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보따리 무역 규모도 커지고 있다. 요즘에는 중국 주재원 등으로 나온 북한 사람들이 돌아갈 때 장마당에서 팔 물건들을 사가고 있다. 열차와 버스를 이용할 경우 1인당 가져갈 수 있는 짐의 양은 25㎏. 그러나 대부분 벌금을 감수하고 더 많은 짐을 가져간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북·중 보따리 무역은 신용장 없이 인적 거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공식 무역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다. 북한이 중국의 변경지역과 거래하는 변경무역이 전체 북·중 무역의 30%에 이르는데 보따리 무역 규모는 변경무역의 70%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단둥세관의 동쪽에 있는 스웨이루와 얼징루에는 북한을 오가는 보따리상에게 ‘평양장터’라고 불리는 점포가 100여개 이상 밀집돼 있다. 평소에는 물건을 사러온 보따리상으로 북적이지만 이날은 북한 측이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조중우의교를 폐쇄한 날이어서 손님이 많지 않았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한 사람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어치 이상 물건을 사가는 경우도 많다”며 “북한 사람들은 100% 현금거래를 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요즘 단둥 주민 사이에서는 북한 사람들이 돈 많은 사람으로 통한다. 주재 공무원과 무역일꾼들의 부인이나 가족이 보따리 장사에 뛰어들면서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주재원의 경우 3년 정도 나와 있으면 보따리장사를 통해 한국 돈으로 수억원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단둥의 한 식당 주인은 “북한 사람들이 와서 비싼 술을 마시고,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남기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말이 보따리상이지 기업화된 경우도 목격되고 있다.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우아이시장에는 여러 명의 북한 보따리상이 몰려와 수억원어치의 물건을 공동구매하고 이를 컨테이너로 운반하는 경우도 잦다. 선양의 한 사업가는 “한국산 화장품의 재고를 몽땅 사들이는 북한 보따리상도 봤다”며 “국경수비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힘 있는 보따리상도 많다”고 전했다.
◆밀무역하면 이익 30% 더 많아
단둥시 내에서 북동쪽으로 10㎞ 정도 떨어져 있는 후산산성 부근 압록강 반대편에는 북한의 소규모 마을이 즐비해 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북한 강변까지 접근했지만 경비를 서는 군인 외에는 민간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안내를 맡은 중국인은 “최근 북한이 어린이나 부녀자는 강변에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며 “요즘 북한이 외부인 접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둥의 정치적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압록강 일대에서는 목숨을 건 밀무역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에 따르면 압록강에 있는 섬 중 드물게 중국이 소유한 위에량도 인근이 대표적인 밀무역지로 알려졌다. 이곳과 신의주시와의 강폭은 불과 150m 정도. 이 주변에서는 밤 9시가 넘으면 파란색 불빛과 붉은색 불빛이 교대로 반짝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밀수꾼들이 물품 거래를 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선상에서 물건과 대금을 바로 교환한다.
한 대북소식통은 “압록강변에 있는 소형 보트들은 밤만 되면 밀수에 동원되기 때문에 ‘국제무역선’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며 “밀무역을 할 경우 정상적인 통관에 비해 20~30% 더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경 경비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단둥시 관할 콴뎬현 압록강 유역에서는 최근 대규모 밀수거래가 적발돼 단둥에 거주하는 조선족 상인들까지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 '진짜 남자'
북한에서 오토바이로 돈벌이하는 남자를 멋들어지게 일컫는 말. 오토바이는 상품을 나를 때 기차 버스에 비해 신속하고 보안원의 단속을 쉽게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큰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수요가 높다.
김태완/전예진 기자 twkim@hankyung.com
◆“한 사람이 100만원어치 사기도”
북·중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보따리 무역 규모도 커지고 있다. 요즘에는 중국 주재원 등으로 나온 북한 사람들이 돌아갈 때 장마당에서 팔 물건들을 사가고 있다. 열차와 버스를 이용할 경우 1인당 가져갈 수 있는 짐의 양은 25㎏. 그러나 대부분 벌금을 감수하고 더 많은 짐을 가져간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북·중 보따리 무역은 신용장 없이 인적 거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공식 무역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다. 북한이 중국의 변경지역과 거래하는 변경무역이 전체 북·중 무역의 30%에 이르는데 보따리 무역 규모는 변경무역의 70%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단둥세관의 동쪽에 있는 스웨이루와 얼징루에는 북한을 오가는 보따리상에게 ‘평양장터’라고 불리는 점포가 100여개 이상 밀집돼 있다. 평소에는 물건을 사러온 보따리상으로 북적이지만 이날은 북한 측이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조중우의교를 폐쇄한 날이어서 손님이 많지 않았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한 사람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어치 이상 물건을 사가는 경우도 많다”며 “북한 사람들은 100% 현금거래를 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요즘 단둥 주민 사이에서는 북한 사람들이 돈 많은 사람으로 통한다. 주재 공무원과 무역일꾼들의 부인이나 가족이 보따리 장사에 뛰어들면서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주재원의 경우 3년 정도 나와 있으면 보따리장사를 통해 한국 돈으로 수억원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단둥의 한 식당 주인은 “북한 사람들이 와서 비싼 술을 마시고,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남기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말이 보따리상이지 기업화된 경우도 목격되고 있다.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우아이시장에는 여러 명의 북한 보따리상이 몰려와 수억원어치의 물건을 공동구매하고 이를 컨테이너로 운반하는 경우도 잦다. 선양의 한 사업가는 “한국산 화장품의 재고를 몽땅 사들이는 북한 보따리상도 봤다”며 “국경수비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힘 있는 보따리상도 많다”고 전했다.
◆밀무역하면 이익 30% 더 많아
단둥시 내에서 북동쪽으로 10㎞ 정도 떨어져 있는 후산산성 부근 압록강 반대편에는 북한의 소규모 마을이 즐비해 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북한 강변까지 접근했지만 경비를 서는 군인 외에는 민간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안내를 맡은 중국인은 “최근 북한이 어린이나 부녀자는 강변에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며 “요즘 북한이 외부인 접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둥의 정치적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압록강 일대에서는 목숨을 건 밀무역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에 따르면 압록강에 있는 섬 중 드물게 중국이 소유한 위에량도 인근이 대표적인 밀무역지로 알려졌다. 이곳과 신의주시와의 강폭은 불과 150m 정도. 이 주변에서는 밤 9시가 넘으면 파란색 불빛과 붉은색 불빛이 교대로 반짝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밀수꾼들이 물품 거래를 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선상에서 물건과 대금을 바로 교환한다.
한 대북소식통은 “압록강변에 있는 소형 보트들은 밤만 되면 밀수에 동원되기 때문에 ‘국제무역선’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며 “밀무역을 할 경우 정상적인 통관에 비해 20~30% 더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경 경비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단둥시 관할 콴뎬현 압록강 유역에서는 최근 대규모 밀수거래가 적발돼 단둥에 거주하는 조선족 상인들까지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 '진짜 남자'
북한에서 오토바이로 돈벌이하는 남자를 멋들어지게 일컫는 말. 오토바이는 상품을 나를 때 기차 버스에 비해 신속하고 보안원의 단속을 쉽게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큰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수요가 높다.
김태완/전예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