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은행장 연임 포기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 회의를 하루 앞둔 1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차기 행장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57)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신(新) 관치금융’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행장은 이날 오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연임하지 않고 이달 말 은행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행장은 “최근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까지 많은 도움을 준 고객들과 우리사주조합 결성을 위해 애쓴 노동조합, 그리고 함께 동고동락해왔던 직원 여러분 덕분에 (우리은행) 소수지분매각 청약률 130%라는 높은 성과를 거두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한 것으로 여겨 회장 취임시 얘기했던 대로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민영화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올해 12월30일까지로 임기를 제한했다. 기존 임기의 절반(1년6개월)이다. 최근 임기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 행장의 연임이 관심이 됐으나 연임을 포기함에 따라 오는 30일로 임기를 마치게 됐다.

이 행장은 정부가 이광구 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기 우리은행장에는 이 부행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차기 우리은행장직을 두고 이 행장과 이 부행장이 2파전을 벌였으나, 이 행장의 연임 포기로 이 부행장이 ‘무혈입성’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가 서금회 멤버인 이 부행장을 무리하게 차기 행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이 행장을 주저앉힌 것이라며 정부의 금융계 인사행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에서도 최근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서금회가 금융계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은행 행추위는 2일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차기 행장 후보를 압축할 예정이다. 이후 5일 면접을 해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