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세상에는 언제나 흔적이 남는다. 문서나 구전에 의존해야 했던 개인의 기록은 이제 클릭 몇 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카페·e메일·메신저, 하다못해 몇 줄 안 되는 댓글에 이르기까지 내가 남긴 흔적은 특별히 관리에 힘을 쏟지 않는 한 영원히 남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정을 삭제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다른 사람이 '퍼 나른' 기록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온라인의 바다를 이리저리 떠돌기 마련이다.
'과거는 잊어주세요' 새로운 성공의 조건 '온라인 평판'
# 1. 외국계 기업에 입사 지원한 B 씨는 서류 접수 이후부터 초조함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입사 지원서의 '개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 표기 난을 보고 나서다. B 씨는 대학 시절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트위터 활동을 벌였다. 취업을 앞두고 과거의 전력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 같아 계정을 삭제했지만 수없이 리트윗된 내용들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 며칠 후 결국 불합격 통지를 받은 B 씨는 "그 회사는 신상털이 수준으로 지원자의 SNS 활동과 경향을 파악한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불합격 사유가 꼭 트위터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과거 일들을 자책하는 자신을 보며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2. 2008년 캐나다의 가수 데이브 캐럴은 공연을 위해 유나이티드항공을 이용했다. 문제는 수하물로 보낸 기타가 항공사 직원의 부주의로 파손된 사건에서 시작됐다. 캐럴은 변상을 요구했지만 항공사 측은 '24시간 이내에 피해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거부했다. 캐럴은 2000년 '유나이티드가 기타를 부수네(United Breaks Guitars)'라는 뮤직 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렸고 1300만 번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고객 대응에 대한 문제점이 알려지자 유나이티드항공의 평판은 급속도로 추락했고 유튜브 업로드 2주 만에 주가가 10%나 빠졌다. 3500달러짜리 기타 보상을 피하기 위해 1억8000만 달러를 지불한 셈이다.

한 번 노출되면 유포 속도 걷잡을 수 없어

누가 봐도 칭찬해 줄 만한 기록이라면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진다고 해서 해가 될 건 없다. 문제는 숨기고 싶은 기억들이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과거의 흔적들이 '유포'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고 마는 것이 온라인의 특징이다. 난처한 상황은 개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둘째 사례에서 보듯 기업 역시 온라인 활동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전기자동차 혁명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는 2013년 '모델 S' 사고와 배터리 화재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곤욕을 치렀다. 동영상이 퍼진 지 이틀 만에 주가가 10% 급락해 시가총액이 24억 달러나 날아갔다. 테슬라의 주가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거의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온라인 프로필(Online Profile)은 자신은 물론 타인이 자기에 대해 온라인에 올린 모든 자료를 말한다. 트위터·유튜브·페이스북·링크트인 같은 SNS를 비롯해 개인 홈페이지·블로그·인터넷카페·메신저 서비스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모든 매체에 남아 있는 자신에 대한 자료들이 바로 온라인 프로필이다. 그리고 글·그림·사진·동영상 등 온라인을 통해 공유된 정보를 통해 형성된 특정인에 대한 이미지가 바로 온라인 평판(Online Reputation)이다.

이제 온라인에서의 평판 관리는 오프라인 못지않은 필수 체크 사항이 되고 있다. 특히 취업이나 이직을 앞둔 직장인들에게 온라인 평판 관리는 무시할 수 없는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다. 채용 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 담당자 450명을 대상으로 'SNS가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력서 항목에 '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 같은 SNS 주소를 적는 칸이 있는지'를 묻는 항목에 '아니다'라는 답변이 77.8%로 다수를 차지했고 '그렇다'는 대답은 22.2%에 불과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5곳 중 1곳이 '공식적으로' 입사 지원자의 SNS 이력을 참조한다는 뜻이다.
이력서에 개인 SNS 계정을 적게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력서에 개인 SNS 계정을 적게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원자의 SNS를 확인한다고 답한 인사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41%가 '실제 생활 모습이나 인맥·사회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이 SNS를 통해 지원자의 본모습을 확인한다는 의미다. '지원자의 SNS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평소 언행이나 가치관이 올바른지'를 확인한다는 응답이 56.2%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대인관계가 원만한지(20.5%)', '지원 직무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지(17.8%)'순이었다. '지원자가 이력서에 기재한 SNS를 직접 들여다본다'는 인사 담당자도 73%에 달했다.

취업 준비생이나 이직을 원하는 직장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조사 항목은 따로 있다. 'SNS를 통해 지원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받는다면 당락에 영향을 미치나'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와 '다소 그렇다'는 답변이 57%에 달했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면접이 채용의 핵심 과정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제는 면접장에선 확인할 수 없는 실제 모습을 찾기 위해 온라인상의 흔적까지 확인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실 평판 조회나 관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일수록 입사 지원자의 이전 평판을 매우 중요한 채용 조건으로 꼽는 경향이 있다. 서구에선 스펙보다 평판을 중요시하는 전통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직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떠날 직장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개인 홈페이지·블로그·SNS 활동이 활발해지면서부터 구전에 의한 평판 조회 못지않게 온라인에서의 평판이 중요한 채용 조건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와 크로스 탭 마켓 리서치(Cross-Tab Market Research)의 설문 연구에 따르면 미국 구인 담당자의 70%가 온라인 평판을 보고 지원자를 탈락시킨 적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온라인을 통한 평판 조회가 활발히 이뤄지는 단계는 아니다. 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회사 차원에서 직접적인 온라인 평판 조회에 나서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원 서류에 개인 정보 활용 동의를 받고 이를 토대로 계약된 평판 조회 전문 업체가 확인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금융 기업의 인사 담당자 역시 "아직까지는 면접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라고 답했다. 눈여겨볼 것은 두 곳 모두 "임원 등 경력직 채용엔 평판 조회가 필수"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기업 5곳 중 1곳이 지원자 SNS 확인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첫째 조건은 조직 구성원, 즉 인재다.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직무·인성 면접 등 채용 과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유도 최고의(best) 인재보다 최적의(right) 인재를 찾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짧은 면접 과정만으로는 지원자의 인성이나 조직 친화력 등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온라인 평판 조회다.

온라인 평판이 주요한 인사 평가 항목으로 떠오르자 대비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인이 현재 SNS를 사용하고 있는 구직자 344명을 대상으로 '구직 시 회사에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SNS 계정을 따로 만들 의향이 있나'라고 묻자 응답자의 38.6%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구직자들은 취업용 SNS를 운영할 때 특히 신경 쓰는 내용에 대해 '언행·단어 사용'을 가장 많이 꼽았다(67.4%). '계정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84.2%에 달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평판을 관리해 주는 전문 기업도 등장했다. 미국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레퓨테이션닷컴(reputation.com)'이나 '디펜드마이네임(defendmyname.com)' 등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하는 온라인 평판 관리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레퓨테이션닷컴은 45달러짜리 개인용 서비스에 가입하면 구글 같은 주요 검색 엔진에서 자신이 어떤 식으로 언급·노출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해 알려준다. 이에 더해 연간 1000달러 정도면 부정적인 정보 삭제를 대행해 준다.

지난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래 유망 사업에 대한 질문에 '건강·의료 보조 기술'과 함께 '개인 평판 조회 비즈니스'를 꼽았다. 지난해 5월에는 유럽사법재판소가 온라인에서 개인의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온라인 평판 관리가 새삼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도 '알리미 서비스(www.google.co. kr/alerts?hl=ko)'를 개시했다. 평소 자신이 관리하고 싶은 키워드를 설정해 놓으면 e메일을 통해 해당 키워드가 언급된 내용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사용자의 이름을 비롯해 어떤 키워드도 입력해 둘 수 있고 e메일 수신 빈도도 하루에서 한 달까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온라인 평판 관리 비즈니스가 가장 발달한 미국은 관련 시장 규모만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선 관련 산업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인데, 대부분이 '부정적 정보의 삭제'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온라인 평판 관리를 대행해 주는 국내 업체로는 산타크루즈·맥신코리아·뉴스케어·스키퍼·프라이버시앤컴퍼니 등이 있는데, 2008년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산타크루즈가 국내 1호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이 정보 삭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행 전기통신망법 제44조 2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가 해당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정보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골치 아픈 법적 분쟁에 시달리기 싫은 개인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삭제 요청에 응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김호진 산타크루즈 대표는 "한 달에 40~50건의 계약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서비스 비용은 포털·SNS 흔적 1차 삭제에 30만 원, 동영상 유출 등 방대한 수작업이 필요하다면 최대 1500만 원 수준이다. 기업도 주요 고객이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제조사나 병원·식당 같은 자영업자들로부터 경쟁사의 허위·비방 문구를 삭제해 달라는 의뢰가 많다.

키워드 검색 등 꾸준한 관리가 필수

돈을 주고 평판 관리나 흔적 지우기를 의뢰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평소 스스로 관리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개한 온라인 평판 관리 요령의 시작은 ‘검색’이다. 구글·네이버·다음 같은 인기 검색 엔진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고 어디에 어떤 내용이 언급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구글에서 더욱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면 이름 앞뒤에 큰따옴표를 넣고 검색한다. 그러면 검색 엔진이 이름을 하나의 단어로 인식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동명이인이 있다면 거주지·직장·취미 같이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키워드를 이용해 관계없는 정보를 걸러낼 수 있다. 맞춤법이 틀리기 쉬운 이름이라면 모든 경우의 수를 검색해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도록 하고 개명했다면 이전의 이름·별명 등 이름과 관계된 모든 정보를 검색하는 게 좋다. 이름 검색이 끝나면 비슷한 방법으로 전화번호·주소·e메일 주소와 개인 홈페이지 도메인을 검색한다. 주민등록번호와 신용카드 번호도 검색해 온라인에 이런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정 사이트를 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추천할만하다. 온라인 전화번호부, 족보 관련 사이트, 동창회 사이트, 소속 조직이나 시간·돈을 기부하는 조직의 웹 사이트, 개인 정보, 직업 정보, 연락처를 수집하는 사이트 등이 눈여겨봐야 할 곳들이다. SNS나 블로그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친구나 가족, 직장 동료 중에 블로그나 SNS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계정에서 글이나 이미지를 삭제한다고 해도 이들의 개인 페이지에 사진이 올라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지막으로 경고 기능 설정이다. 구글의 알리미 서비스 등 일부 검색 엔진은 자기 이름과 개인 정보가 언급될 때 자동으로 통보해 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990호 제공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