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닥에 앉을 때 양반다리를 잘 한다. 예부터 좌식생활이 습관화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반다리를 할 때 사타구니 부근, 엉덩이와 허리에 심한 통증이 있으면 고관절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다.

고관절은 골반과 넓적다리뼈의 머리부분이 만나 이뤄지는 관절이다. 볼과 소켓의 형태로 맞물려 있어 매우 안정적이며, 체중을 지탱하고 걷기와 달리기 같은 다리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고관절은 근육으로 둘러싸여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질환 초기에는 통증을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사타구니나 엉덩이 부위에 통증을 느끼며 나중에는 보행 시 절뚝거리거나 양반다리가 아예 안 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관절 수술 환자는 지난 2005년 1만5008건에서 2013년 2만5993건으로 연평균 2.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관절환자 절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고관절 질환 중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허벅지 뼈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대퇴골두’로 피가 통하지 않아 뼈 조직이 썩는 질환으로 2013년 기준 남성이 1만 6293명, 여성이 9700명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1.7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의 초기 증상은 허리디스크와 상당히 유사하다. 허리 부근에서 시작되는 통증은 점점 골반까지로 확대되는데 엉덩이관절 질환에 대해서 생소한 사람은 흔히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다.

김창우 정동병원 병원장은 “환자가 허리디스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대퇴골두의 괴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질환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가 어렵다. 중기가 되면 다리를 벌릴 때 사타구니가 아프기도 하는데, 이때까지 방치하면 골두가 주저앉아 괴사한 쪽의 다리가 짧아져 절게 된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음주가 큰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생겨난 지방으로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뼈가 괴사한다. 또 사고나 낙상으로 인한 대퇴골 경부 골절도 무혈성 괴사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대퇴골 경부 골절 시 골두로 가는 동맥이 손상을 입어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우리가 흔히 염증 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는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 또는 과다 사용하면 혈관으로 스며들어간 스테로이드가 지방세포를 분해해 이 지방세포들이 혈관을 막아 이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금주, 체중관리, 정기검진 등을 통해 고관절을 관리해야

이 질환을 예방하려면 술을 멀리하고 비만이 되지 않게 적당히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 또 정기적인 검진으로 상태가 악화하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평소 술을 좋아하거나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하는 사람이 요통과 함께 갑자기 엉덩이 부위가 뻐근하게 느껴진다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를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엑스레이로도 발견하기 쉽지 않아 초기발견이 어려워 MRI을 통한 정밀 검사를 받는 게 필요하다. 질환 초기 단계에는 약물 치료나 뼈에 구멍을 뚫어 피를 통하게 하는 천공술이나 감압술, 골 이식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관절이 괴사되어 인공관절 수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은 후방 근육을 상당 부분 절제하여 치료부위에 접근했는데 이 경우 근육을 많이 절개해야 하기 때문에 회복에 걸리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고 치료 후 고관절이 탈구되기 쉬웠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수술 기법을 통해 후방근육을 최소한으로 절제하여 치료가 가능해졌다.

인공 고관절 수술을 통헤 통증 완화뿐 아니라 질환으로 짧아진 한쪽 다리의 길이가 보정돼 두 다리 길이가 같아진다. 등산, 골프, 자전거타기, 수영 등 대부분의 운동도 가능하다. 또한 최근에는 고관절 수술 기법과 재질이 발전해 환자의 편의성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20㎝ 이상 피부를 절개 때문에 재활기간도 6주로 길었지만 최근에는 피부절개 및 근육 손상을 최소화해 당일 재활운동이 가능해졌다.

김 원장은 “고관절 질환은 처음에는 통증이 약하거나 신경 쓰일 정도가 아니지만 무심코 넘겼다가 심각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조기검진을 통해 건강할 때 관절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창우 정동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