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지난달 해외 경기침체·엔저(低)·국제유가 급락이라는 3대 악재를 만나 뒷걸음질쳤다. 내수 침체 속에 수출 경쟁력마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통관기준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줄어든 469억9900만달러, 수입은 4.0% 감소한 413억8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수출 감소폭은 작년 2월(-8.6%) 이후 가장 컸다.
'엔低·불황·유가급락'에 수출마저…
○미국 제외한 주요 지역서 감소

34개월째 무역흑자 행진을 했지만 급변한 대외 수출환경은 심상치 않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지역으로의 수출이 줄어든 게 이를 잘 말해준다. 대(對)일본 수출은 작년 11월보다 24.4% 감소했다. 유럽연합(EU)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수출도 각각 6.7%, 6.6% 줄었다. 올 들어 줄곧 증가했던 중국 수출도 3.2%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 수출만 20.8% 증가했다.

김남규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올해 11월 조업 일수가 작년보다 하루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경기 회복세인 미국을 제외한 주요 지역들이 경기 침체를 겪고 있어 수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수출의 경우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등의 수출액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가전 등 핵심 수출 품목도 고전

주력 품목들의 수출도 대거 감소했다. 산업부가 정한 13대 주요 품목 중에서 1년 전보다 수출이 늘어난 건 반도체 철강 일반기계 컴퓨터 등 4개뿐이다. 액정디바이스 석유화학 선박류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자동차부품 섬유류 석유제품 가전 등은 많게는 1년 전보다 수출이 28% 줄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 크다 하더라도 스마트폰에 쓰이는 액정디바이스나 선박류 섬유류 등은 수출지역의 경기 침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자동차부품 가전 등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렸고, 무선통신기기는 애플의 아이폰6 출시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공세에 밀렸다는 분석이다.

○수입도 2년3개월 만의 최저

11월 전체 수입액이 4% 줄어든 것은 원자재 수입액이 10.3% 감소한 영향이 컸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7%(10월 말 기준)에 이르는 원자재 수입액도 줄었다.

원유 도입 물량은 작년 11월 7580만배럴에서 올 11월 8110만배럴로 증가했지만 도입단가는 배럴당 109.9달러에서 88.7달러로 낮아졌다. 이런 이유로 11월 전체 수입액은 2012년 8월(401억4000만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반면 수입액 비중이 27.8%인 자본재와 11.5%인 소비재는 1년 전에 비해 수입이 각각 8.2%, 9.4% 증가했다. 소비재 중에선 1500㏄ 이하 가솔린자동차가 502.2%, 2500㏄ 이하 디젤자동차가 51.7% 늘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