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석유는 고갈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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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거품 빠졌을 때의 유가, 급등 급락 되풀이 전력
궁극적 자원은 오직 인간뿐
세계 석유전쟁 과정서 국부의 급변 가능성 주목해야"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궁극적 자원은 오직 인간뿐
세계 석유전쟁 과정서 국부의 급변 가능성 주목해야"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록펠러가 ‘오하이오 스탠더드 오일’사를 세운 것은 1870년이었다. 40여개 독립적인 회사를 트러스트로 묶어내면서 세계 석유시장의 95%를 장악한 것은 불과 12년 후인 1882년이었다. 실로 폭력적인 인수합병(M&A)의 질주였다. 1860년대 초반 일시 배럴당 20달러까지 치솟았던 원유가격은 록펠러의 독점이 완료됐을 때는 1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유가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1858년 드레이크 대령이라고 불린 사람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쇠파이프 굴착기술을 응용해 처음 석유를 캐올렸던 당시 골착정의 깊이는 불과 21m였다. 셰일은 ㎞ 단위를 파고 들어간다. 석유를 약으로 썼던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따 세네카 오일이라고 불렀던 끈적이는 이 액체는 그렇게 20세기를 관통하는 인류의 에너지가 되었다.
독점규제론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록펠러가 세계 석유시장을 장악한 이후에도 석유가격은 되올라가지 않았다. 위에서 말한 석유개발 초기의 20달러는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350달러가 넘는 초고가다. 록펠러는 석유의 품질을 ‘표준화’하는 관리기술에 힘입어 싸고 질 좋은 석유를 공급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스탠더드였다. 이 기간 동안 유가는 10분의 1토막이 났다. 그리고 그림에서 보듯이 석유는 고갈되기는커녕 급증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관리청(EIA)에 따르면 세계의 석유부존량은 1조6459억배럴을 돌파해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은 땅에 파이프만 꼽으면 기름과 가스가 솟는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자원 고갈을 예측했던 모든 보고서들, 특히 1972년 로마클럽보고서가 헛소리에 불과했다는 것은 최근의 뉴스들이 말해주는 그대로다. 과학의 언어를 아무리 많이 장식해도 미신은 미신이다. 사이비 종말론이 이처럼 끈질기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석유가 고갈되지 않고 있다는 최근의 증거들은 더욱 놀랄 만하지 않은가. 20세기 전기산업, 자동차산업, 화학산업은 모두 록펠러 덕분에 성립했다. 록펠러가 깔아 놓은 레일이 있었기에 20세기를 상징하는 산업들이 내달렸다. 록펠러 덕분에 우리는 증기에서 전기시대로, 수공업에서 대규모 공장시대로 접어들었다. 신의 개입이요 간지(奸智)였다.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면 원유가는 배럴당 20달러도 비싸다고 했던 사람은 벌써 20년 전의 비요른 롬보르다. 양적 완화의 돈 홍수 시대에 적정 원유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금의 유가폭락에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국제금융시장, 국가들의 국부가 출렁거릴 것이 확실하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끝낸다는 뉴스는 먼저 석유시장에 전쟁의 불길을 댕긴 꼴이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을 말하면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이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그것은 축복이지 저주가 아니다.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열심히 일하는 것은 우리 속에 심어진 근면의식 덕분이다. 놀고도 먹을 수 있다는 한심한 복지타령을 버릴 수 있느냐가 지금과 장래의 국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유일한 자원은 인간의 두뇌다. 드레이크 대령이 보여주었고 록펠러가 보여주었고 조지 미첼이 셰일가스에서 보여준 그대로다. 셰일가스는 널렸지만 그것을 자원으로 캐올리는 나라는 지금 미국밖에 없다. 그 두뇌와 기술이 진정한 자원이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자연에 가치질서를 부여하는 자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만이 궁극의 자원이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또 바뀌고 있다. 우리로서는 다차원적인 득실 계산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이 터져서 에너지 전쟁 따위는 돌아볼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그게 딱할 따름이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독점규제론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록펠러가 세계 석유시장을 장악한 이후에도 석유가격은 되올라가지 않았다. 위에서 말한 석유개발 초기의 20달러는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350달러가 넘는 초고가다. 록펠러는 석유의 품질을 ‘표준화’하는 관리기술에 힘입어 싸고 질 좋은 석유를 공급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스탠더드였다. 이 기간 동안 유가는 10분의 1토막이 났다. 그리고 그림에서 보듯이 석유는 고갈되기는커녕 급증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관리청(EIA)에 따르면 세계의 석유부존량은 1조6459억배럴을 돌파해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은 땅에 파이프만 꼽으면 기름과 가스가 솟는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자원 고갈을 예측했던 모든 보고서들, 특히 1972년 로마클럽보고서가 헛소리에 불과했다는 것은 최근의 뉴스들이 말해주는 그대로다. 과학의 언어를 아무리 많이 장식해도 미신은 미신이다. 사이비 종말론이 이처럼 끈질기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석유가 고갈되지 않고 있다는 최근의 증거들은 더욱 놀랄 만하지 않은가. 20세기 전기산업, 자동차산업, 화학산업은 모두 록펠러 덕분에 성립했다. 록펠러가 깔아 놓은 레일이 있었기에 20세기를 상징하는 산업들이 내달렸다. 록펠러 덕분에 우리는 증기에서 전기시대로, 수공업에서 대규모 공장시대로 접어들었다. 신의 개입이요 간지(奸智)였다.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면 원유가는 배럴당 20달러도 비싸다고 했던 사람은 벌써 20년 전의 비요른 롬보르다. 양적 완화의 돈 홍수 시대에 적정 원유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금의 유가폭락에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국제금융시장, 국가들의 국부가 출렁거릴 것이 확실하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끝낸다는 뉴스는 먼저 석유시장에 전쟁의 불길을 댕긴 꼴이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을 말하면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이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그것은 축복이지 저주가 아니다.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열심히 일하는 것은 우리 속에 심어진 근면의식 덕분이다. 놀고도 먹을 수 있다는 한심한 복지타령을 버릴 수 있느냐가 지금과 장래의 국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유일한 자원은 인간의 두뇌다. 드레이크 대령이 보여주었고 록펠러가 보여주었고 조지 미첼이 셰일가스에서 보여준 그대로다. 셰일가스는 널렸지만 그것을 자원으로 캐올리는 나라는 지금 미국밖에 없다. 그 두뇌와 기술이 진정한 자원이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자연에 가치질서를 부여하는 자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만이 궁극의 자원이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또 바뀌고 있다. 우리로서는 다차원적인 득실 계산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이 터져서 에너지 전쟁 따위는 돌아볼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그게 딱할 따름이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