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규 회장
변대규 회장
‘1조원 벤처 신화’를 쓴 변대규 휴맥스 사장(54)이 1일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다. 1989년 회사를 설립한 뒤 25년여 만이다.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김태훈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를 맡았다.

변 사장은 대신 지주사인 휴맥스홀딩스 회장 겸 휴맥스 이사회 의장을 맡아 향후 해외시장 개척과 새 사업 발굴에 전념할 예정이다. 변 회장은 “중소기업은 대주주와 경영자를 따로 두는 게 기능상 겹치는 부분이 많아 실행하기 어렵지만 중견기업인 휴맥스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게 맞다”며 “더 빨리 물러나려 했는데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경영에서 아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며 “장기적으로는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가 결합된 제품 쪽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보겠다”고 강조했다. 지주사인 휴맥스홀딩스(2009년 설립)를 이끌며 주력 사업인 셋톱박스를 통신과 결합한 ‘스마트홈’ 분야를 개척하고, 계열사인 휴맥스오토모티브의 전장부품 사업 확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서울대 제어계측학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인 1989년 휴맥스(옛 건인시스템)를 창업한 변 회장은 21년 만인 2010년 매출을 1조원대까지 끌어올린 대표적인 국내 ‘벤처 1세대’ 기업인이다. 사업 초기 화면에 자막을 띄우는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여 돌풍을 일으켰고, 1990년대 중반 디지털 위성 셋톱박스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이 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 2009년에는 휴맥스오토모티브를 인수, 전장부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김태훈 사장
김태훈 사장
신임 김 사장은 변 회장이 지난 2월 후계자로 낙점한 뒤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의 핵심가치 및 사업전략 이해도 △이익과 손실(PNL) 체화도 △아젠다 세팅능력 등을 평가받은 뒤 선임됐다. 김 사장은 회사 설립 초기인 1993년 입사해 21년간 개발 영업 마케팅 등을 두루 거쳤다. 2001년부터 8년간 휴맥스 미국법인장을 맡아 미국 최대 위성방송사 디렉TV를 고객사로 발굴, 3000억원대 매출을 새롭게 창출해 휴맥스 성장을 주도했다.

김 사장은 “변화와 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팀워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휴맥스 구성원 각자가 가진 장점을 잘 모아 보다 강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