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현 예림씨엔피 사장이 서울 압구정로 본사에서 회사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시현 예림씨엔피 사장이 서울 압구정로 본사에서 회사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종합 광고대행사인 예림씨엔피의 이시현 사장(49)은 국방연구원을 거쳐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보험사에서 인사 및 교육을 담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 관리자에까지 오를 정도로 회사에서 인정받았다. 회사를 떠나 예림씨엔피 경영을 맡게 된 건 아트디렉터(광고기획자)인 남편이 자신에게 법인을 설립하고 운영해줄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2012년 ‘예술의 숲을 이루고 사람과 함께하는 100년 기업’이란 의미를 담은 예림씨엔피로 회사 이름을 짓고 법인을 설립했다.

○양보다 질에 초점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이 사장은 조그마한 법인 운영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금방 하게 됐다. 사무소가 세 곳이나 있었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대형 광고기획사의 하도급업무도 마다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 사장은 “대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며 “처음부터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회사로 키우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후 품질경영시스템(ISO9001) 인증을 획득하는 등 국제적인 수준의 기업 조건을 갖추는 데 중점을 뒀다. 또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업부설연구소 인증을 받았다. 사무소 세 곳도 정리했다.

단순 하도급업무보다 광고 기획부터 제작, 집행까지 아우르는 종합기획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사진 영상 인쇄 인터넷 등 다양한 플랫폼의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모았다.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가 중소 회사에 하도급을 맡기는 국내 광고시장 생태계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 사장은 “처음에는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고 비용도 수십억원을 써야 했다”며 “당장 힘들더라도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토대를 닦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 4배 성장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예림씨엔피는 지난해 전년 대비 4배가량 성장했다. 내년에는 매출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우정사업본부 LH AIA생명 등이 예림씨엔피의 고객이다.

이 사장은 “소통이 잘되고 결과물이 빨리 나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사실적이고 사람이 중심이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광고 마케팅이 예림씨엔피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는 후배 여성 직장인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여성들은 시대적 요구인 감성과 혁신성이 본능적으로 강하다”며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맺고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과거에 대해 불평하고 지나간 것을 얘기하기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