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옌훙 등 35만명 하이구이, 중국 벤처창업 이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를 창업한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유학파 출신이다. 학부는 베이징대 정보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대학원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딴 그는 미국 금융·언론 서비스기업인 다우존스에서 금융정보 검색 엔진을 만들었다. 이때 개발한 인터넷 분석 기술 ‘랭크덱스(RankDex)’로 미국에서 특허를 받기도 한 그는 중국에 맞는 검색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 1999년 중국에 돌아와 바이두를 창업했다.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다가 중국으로 돌아오는 유학파, 이른바 ‘하이구이(海龜)’가 중국을 ‘창업 국가’로 이끌고 있다. 유학과 해외기업 근무를 통해 쌓은 탄탄한 전문 지식과 유창한 영어 실력을 무기로 중국에 돌아와 글로벌 기업을 창업하고 있다. 하이구이는 전 분야에 걸쳐 활약하고 있지만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기술 기반 산업이어서 전문 지식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인 데다 인터넷 덕분에 창업 아이디어를 글로벌화하는 데 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하이구이가 이끄는 창업 생태계

리옌훙 등 35만명 하이구이, 중국 벤처창업 이끈다
레이쥔(雷軍) 회장과 함께 휴대폰업체 샤오미(小米)를 공동 창업한 8인 중 한 명인 린빈(林斌) 사장도 IT 창업에 나선 대표적 하이구이다. 샤오미 서열 2위인 그는 광둥성 광저우 중산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드렉셀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기술부문 간부를 지냈다. 동갑내기인 레이쥔의 부름에 2010년 함께 샤오미를 설립했다.

창업자뿐 아니라 창업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주요 직책도 하이구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CTO인 리싼치(李三琦)는 중국의 해외유학 1세대다. 베이징유뎬대를 졸업해 1980년 캐나다 워털루대로 유학, 이곳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두 차례 창업해 성공적으로 기업을 매각한 경험이 있는 그는 2009년 화웨이에 합류해 CTO를 맡고 있다.

하이구이(海歸)는 해외유학파를 일컫는 중국어지만 발음이 같아 ‘바다거북(海龜·하이구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중국인은 35만3000여명이었다. 2012년과 2011년 각각 27만3000명과 18만6000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약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기회의 땅’ 된 중국

하이구이가 늘어나는 까닭은 중국이 세계적으로 ‘기회의 땅’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에서 국비 지원을 받아 유학을 떠났던 1세대 유학파 CTO는 “예전에는 유학생들이 애국심과 책임감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왔다면, 이제는 이곳에서 한몫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기회의 땅이지만, 중국은 기술뿐 아니라 문화·외식산업 등 모든 면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적용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IT 전문가 사이에서는 창업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서비스 이용자 모으기가 쉽다는 평가도 돌고 있다. 리 CTO는 “어떤 서비스가 일정 기간 미국에서 100만 이용자를 모을 수 있다면 중국에서는 500만~1000만 이용자를 모을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도 최근 활발하다. 중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해외에서 석사나 박사 학위를 딴 뒤 해외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돌아오는 진로가 유행하고 있다. 선전에서 웨어러블 벤처기업 비트와인을 창업한 가오레이(高磊)는 쓰촨음악학원에서 사용자 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본 게이오대에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으로 석사 학위를 딴 후 중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일단 중국에서 대학을 나와 동문을 만든 뒤 해외에서 공부하고 다시 돌아와 뜻 맞는 친구들끼리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