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연말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하락의 부정적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시각과 점진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가 불발되면서 1일 국제유가(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는 배럴당 65달러 선 아래로 밀려났다. 이 여파로 정유 화학 등 소재·산업재 관련주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하고 코스피지수 역시 1965.22로 15.56포인트(0.79%) 하락했다.

통상 유가 하락은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를 자극,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악재로 꼽힌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0년 이후 신흥국 수출 비중이 크게 높아진 상태여서 유가가 급락하면 수출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유가 하락에 따른 증시 조정이 과거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 브라질 등 산유국 투자상품의 손실이 확대될 경우 이머징 자산 전반에 대한 투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수요 부족이 원인이었던 과거와 달리 공급과잉이 유가 하락의 배경이어서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요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를 반영하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지만, 공급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유가와 코스피 간 상관계수는 0.92에서 0.14로 크게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유가 하락이 내년 증시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이사는 “시간이 갈수록 원가 절감 효과와 소비 여력 증가, 물가 하락 압력 완화에 따른 금리인하 가능성 등 긍정적인 요인들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