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H의 실패는 예견된 결과였다.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산업은행, 5개 민간병원 등이 출자했지만 정부 주도로 급조된 것이었다. 사업모델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이 회사부터 덜렁 세웠으니 성과가 나올 리 없다. 정부가 벌인 전형적 전시행정의 당연한 귀결이다.
KMH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다. 하지만 복지부는 오히려 공공성을 대폭 강화해 의료수출을 담당해야 한다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공공기관을 하나 더 늘리려 한다.
정부 주도로 장사를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실패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앞세워 한국판 카길을 만든다며 2011년 출범시킨 aT그레인컴퍼니도 그랬다.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전액 출자로 1999년 출범시킨 중기제품 전용 행복한백화점도 성장 정체에 빠진 데다, 비리 백화점이란 오명까지 쓴 지경이다. 그뿐인가.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석유공사를 내세워 시작한 알뜰주유소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해 시장질서와 공정경쟁을 해친 대표적 사례로 지목됐다. 민간과 경합하거나 중복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도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직접 장사를 하겠다는 유혹은 끝도 없다.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가 제7 TV 홈쇼핑을 공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한 것이 바로 그렇다. 이런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 운운하고 있으니 누가 믿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