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까지 진출한 '3세대 조폭'
대전 지역 폭력조직인 ‘유성온천파’와 ‘반도파’ 조직원들은 2012년 조직 운영에 드는 비용을 대기 위해 불법 선물옵션 거래 사이트를 개설하고 투자자를 모았다. 이들과 연계된 선물옵션 전문가(리딩전문가)가 인터넷에 투자 관련 카페를 개설하고 회원들을 불법 사이트로 유도했다. 조폭들은 이들 전문가에게 불법 사이트 수익금의 약 45%를 리베이트로 지급했다. 투자금 등 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는 유령법인 명의로 만든 대포통장을 동원했다.

이들이 지난 2월 사이트를 폐쇄하기 전까지 형성한 불법 선물시장은 1223억원, 운영 수익은 196억원에 달했다. 불법 행위에 가담한 선물옵션 전문가는 24명, 동원된 대포통장은 176개였다. 검찰은 범죄에 가담한 조직원 등 50명을 적발해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3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폭의 ‘불법 수익 사업’은 점입가경이다. 대검찰청 강력부(검사장 윤갑근)는 전국 검찰청에서 올해 ‘제3세대 조폭’을 집중 수사한 결과 불법행위에 가담한 952명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345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발표했다. 조폭은 제1세대 ‘갈취형’, 제2세대 ‘혼합형’, 제3세대 ‘지능형’으로 구분된다. 제3세대 조폭은 기업을 운영하는 외형 등을 갖춰 정체를 숨기거나 증권거래 등에서 지능형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을 말한다. 이번에 적발된 조폭들이 형성한 지하경제 규모는 2조18억원에 이른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전국 조폭 전담 부장검사·검사·수사관 전체회의’를 열고 제3세대 조폭을 총력 단속하기로 했다.

폭력조직 ‘목포오거리파’ 조직원 김모씨(44)는 사채업을 하는 과정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개입해 상장회사를 인수했다. 김씨는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회사자금을 수차례 횡령했다. 2009년 3~8월에는 회사가 두 개의 다른 법인에서 받은 돈 22억6000만원을 횡령했고 그해 9~10월에는 회사의 전환사채 발행금 72억원을 횡령했다. 검찰은 김씨의 횡령을 적발해 그를 구속 기소했다.

청주 지역 폭력조직 ‘파라다이스파’ 조직원들은 석유 유통업계에 진출해 950억원대의 무자료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으며 세금을 포탈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편 이 주유소가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도록 지능적인 수법을 썼다. 이들은 먼저 주유소가 다른 업자에게 경유를 매입할 때 무자료 거래를 하도록 했다. 이후 자신들이 운영하는 서류상 회사인 ‘C석유’가 주유소에 경유를 공급한 것처럼 가장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수익이 폭력조직의 자금원이 되는 경로를 차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