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공정위 칼날서 '기업권익 지킴이'
수백억~수천억원대에 달하는 과징금에 임직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등 최근 들어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당국의 제재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담합 혐의가 있는 기업에 소비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잘못 걸리면 기업이 거덜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업 권익 지킴이’로서 변호사들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업계 맏형 격인 세종의 임영철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는 서울고법 판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법무심의관으로 전직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정책국장, 하도급국장 등 공정위에서 6년간 재직했다. 공정위 재직 시 기업 등 피심인이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심 절차를 만드는 등 미비했던 사건처리 절차를 혁신적으로 정비했다. 공정위 직원들로부터 ‘제1회 바람직한 공정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미스터 공정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앤장 공정거래팀을 지휘하는 박성엽 변호사(사법연수원15기)는 깔끔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확률이 낮다는 공정위 단계에서의 처벌 면제가 주특기다. 최근 안경렌즈 업체에서 렌즈를 재판매하는 사업자에 특정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는 등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문제가 된 사안에서 무혐의를 이끌어냈다. 박 변호사는 “통신 등 분야의 표준특허(SEP)를 가진 회사나 업계에서 퇴출되고 특허만 남은 회사(NPE)의 특허 남발이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용석 광장 변호사(15기)는 국내 기업의 국제 카르텔 위반 사건 해결에 경험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탈레스 동아제약 SK에너지 등을 대리해 고등법원에서 잇따라 승소하는 등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SK에너지를 대리한 원적지 담합사건은 자진신고자가 있는 사건에서 증거불충분으로 과징금이 취소됐고, 동아제약 사건은 특허권자가 카피약 제조업체에 독점판매권을 준 국내 최초의 역지불합 사례다.

검사 출신의 장용석 바른 변호사(16기)는 2009년 법조인 출신 가운데 최초로 공정위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2012년까지 공정위에 있으면서 ‘4개 브라운관(CRT) 유리 제조 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 등 800여건의 경쟁법 관련 사건을 심리했다. 최근에는 베이커리 할인율 담합사건에서 CJ푸드빌을 대리해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고, 대림산업을 대리해 포항 영일만항 외곽공사 입찰 담합사건에서 “100% 자회사의 적자 등 재무상태도 과징금 감경 요인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리주장이 공정위에서 받아들여졌다.

박해식 율촌 변호사(18기)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있을 때 공정거래전담팀장을 맡았다.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에 관한 연구 등 70여편의 논문을 쓴 학구파이기도 하다. 최근 공시이율 및 예정이율 담합을 이유로 공정위가 삼성생명에 부과한 과징금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오금석 태평양 변호사(18기)는 13년간 판사로 지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끝으로 법원을 나왔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변액보험 가입자 부담 수수료율 담합 의혹 사건에서 한화생명보험을 대리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공정위가 제기한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 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소송에서 LG디스플레이 등을 대리해 이겼다.

김재영 화우 변호사(21기)는 1996년부터 공정위의 카르텔연구회, 하도급자문위원회, 정책평가위원회, 소비자보호전문가그룹 등에서 위원을 맡는 등 20년 가까이 공정거래 분야 한우물을 판 전문가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 간의 기업결합 사건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대리하고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