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2003년만 해도 연간 362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大國)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생산량은 174만대에 그쳐 10년 만에 세계 13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8.5%에서 10.3%까지 올라갔다. 옆 나라 독일의 자동차 생산량이 550만대에서 571만대로 늘고 실업률은 10.6%에서 5.1%로 떨어진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프랑스 자동차 산업이 이처럼 위축된 것은 국내 1위 푸조시트로앵(PSA)과 2위 르노가 고임금과 경직된 노동 환경 등을 견디지 못하고 국내 생산량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PSA는 자국 내 생산을 191만대에서 94만대로 줄였고, 르노도 프랑스 공장 생산을 119만대에서 50만대로 감축했다.

PSA는 지난해 7월 공장 폐쇄와 자국 내 고용의 10%인 8000명 감축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프랑스와 함께 높은 노동비용으로 침체를 겪었던 스페인은 최근 강도 높은 제도 개혁을 실시한 덕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2012년 2월 매출이 줄어든 업체는 노조와 단체협약이 없어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했고, 해고 예고 기간도 30일에서 15일로 단축했다.

그 결과 프랑스 기업인 르노는 스페인 생산량을 기존 20만대에서 2016년까지 28만대로 늘리고 1300명을 더 고용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2012년 10월 바르셀로나 공장에 8억유로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17년까지 7억8500만유로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스페인의 자동차 생산량은 2012년 195만대에서 지난해 220만대로 12.8% 뛰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