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후 1년 동안 경제 살리기보다는 장성택의 잔재를 없애는 데 집중했다.

김정은은 올초부터 장성택의 이권사업을 당·군·내각으로 분산하고 그가 주도하던 대형 국책사업은 치적을 과시하려는 전시성 사업으로 대체했다. 장성택을 중심으로 구축된 이권 시스템을 해체해 김정은 통치체제로 편입하기 위해서다. 이런 작업은 ‘장성택 물빼기’라는 이름 아래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장성택이 이권을 챙기는 몸통 구실을 했던 54부(승리연합총회사)는 공중분해됐고 이 기관이 담당했던 외화벌이 업무는 여러 기관으로 분산됐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주도하는 해외 연락소 간의 이권배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7월 재외공관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이 주도하던 사업들도 전면 개편됐다. 김정은은 군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 등 이권의 일부를 군부에 내줬다. 장성택이 주도하던 평양 10만호 건설 사업도 김정은의 전시사업으로 대체됐다. 이 사업은 작년까지 2만호 건설에 그쳤고 자금 부족으로 중단됐다. 김정은은 이 사업 대신 위성과학자 주택지구, 평양 육아원 애육원, 김책공대 교육자 살림집 건설을 추진했다.

장성택이 실권을 쥐고 있을 당시 추진했던 각종 경제 프로젝트는 이름이 바뀌었다. 김정은은 올 2월 6개 신규 경제개발구를 발표하면서 신의주 경제지대의 명칭을 특수경제지대에서 국제경제지대로 변경했다. 지난 8월에는 장성택과 관련된 공장인 대동강 타일공장을 천리마로, 승리윤활유공장을 천지로 개칭하고 운영권을 군부에 넘겼다.

김정은은 경제 살리기보다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등 개인의 치적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집권 이후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 조치나 공장 경쟁력 제고 방안 등 경제 성장과 관련한 이렇다 할 정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장성택의 잔재를 청산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전시성 사업은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기여할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장성택 숙청 이후 기대됐던 집권층의 부정부패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의 통치자금 조성을 위해 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됐던 외화벌이를 다시 장려하고 있다. 장성택과 관련된 인사들을 모두 뿌리뽑는 공포정치로 지배층의 맹목적인 충성 경쟁과 보신주의가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