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는 한국 상장사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기로 한 이유를 “제공 정보가 지나치게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뒤따른다면 이사보수 확대 등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사들은 ‘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종과 기업의 상황에 따라 파격적 인센티브 등 다양한 경영전략을 써야 하는데 이것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연기금마저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어서 “안팎으로 경영간섭이 강화되는 게 아닌가”(코스닥 A사 김모 상무)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경쟁사보다 고임금 안 된다”

ISS가 주총에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분야는 이사의 보수한도와 자격 등에 집중돼 있다. ISS는 이사 보수한도를 유지하더라도 동종 업계 경쟁사들보다 높을 경우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동종 업계 경쟁사’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 회사가 될 수도 있다고 ISS 측은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사의 올해 정기주총 이사 보수 안건을 분석한 결과 책정 이유를 공시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말 그대로 집행을 다 하지 않아도 되는 ‘총량한도’인 만큼 이유를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ISS의 공세는 이사 선임 안건에도 적용된다. ISS는 내년부터 횡령이나 내부자 거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사가 이사회에 잔류할 경우 나머지 이사의 재선임을 반대 권고하기로 했다. 일종의 연대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창업자 일가 이사에 대한 일종의 예우 부분도 손봤다. 올해까지 ISS는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사외이사 요건(과반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단 최고경영자(CEO) 및 창업자 일가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CEO나 창업자 본인 등으로만 예외를 한정하기로 했다.

◆“안팎의 경영간섭 지나쳐” 반발

ISS의 판단 잣대 강화는 도를 넘은 것이라고 업계에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규모나 보수책정 기준 등이 회사마다 다른 데 경쟁사와 단순 비교해 찬성·반대를 권고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ISS가 한국 상장사의 내부 사정이나 특이성을 감안하지 못한 채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 유도하기 시작해 국내 기업들이 안팎으로 경영 간섭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증시 일각에선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ISS 반대 권고를 구실삼아 배당 증액,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지적하고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사는 주요 투자자가 주총 안건에 반대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사전 조율을 시도하는 등 협상에 나서는 상황도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주요 기관투자가가 주총 안건에 반대하면 다른 투자자까지 ‘뭔가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인식하게 된다”며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되지 않고 넘어간다 해도 중장기적으로 투자자 유치나 기업 이미지 등에서 나쁜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 ISS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세계 기관투자가들에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할 것을 권고하는 의결권 자문회사. 1985년 설립됐으며 115개국, 3만9000여개 기업에 대해 의결권 관련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선 올해 약 1000개 상장사에 대해 의견을 냈다.

이고운/윤정현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