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강원 강릉시 강남축구공원에서 열린 2014년도 강릉시 환경미화원 공개채용 체력검사에서 지원자들이 모래주머니를 메고 100m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강원 강릉시 강남축구공원에서 열린 2014년도 강릉시 환경미화원 공개채용 체력검사에서 지원자들이 모래주머니를 메고 100m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대표적인 기피 직업으로 손꼽히던 환경미화원의 인기가 상한가다. 최근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실업난 탓에 정년과 칼퇴근이 보장되는 환경미화원 같은 직종의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가 지난달 낸 환경미화원 6명 채용공고엔 121명이 지원해 20.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13 대 1) 경쟁률을 훨씬 웃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52.9%(64명)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47.1%(57명)였다. 전체 지원자 중 고졸 학력이 55.4%(67명)로 가장 많았지만 대졸자도 13.2%(16명)에 달했다.

재수·삼수는 기본…여섯번 도전 끝에 합격도

광주광역시가 지난달 환경미화원 1명을 채용하기 위해 낸 공개모집엔 22명이 지원했다. 이 중 40%가 넘는 9명이 대졸 이상 학력자였고, 석사도 1명 있었다. 경북 포항시가 지난달 환경미화원 16명을 선발하는 시험엔 415명이 몰려 25.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최종 합격자 중엔 여섯 차례 도전한 끝에 합격한 사람도 있었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선발하는 환경미화원 채용 경쟁률은 최근 10 대 1을 넘는 것은 기본이다. 각 지자체에 속한 환경미화원은 공무원에 준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정년 60세가 보장된다. 환경미화원의 초봉은 월 122만원(기본급 기준)으로 9급 공무원과 같다. 하지만 특수업무수당, 작업장려수당 등 각종 수당을 합치면 초봉은 연 3000만~3300만원 정도로, 9급 공무원에 비해 많다. 올해 100인 이상 민간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초봉(3336만원)과 비슷하다. 체력만 있으면 만 18세부터 60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환경미화원 채용 시험은 1차 서류전형을 거쳐 2차 체력실기, 3차 면접으로 진행된다. 체력시험은 모래주머니를 들고 달린 뒤 기록을 재는 방식이다.

거리 청소 업무만 담당…기피 직종은 옛말

지자체 소속 환경미화원은 민간 청소대행업체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에 비해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쓰레기 처리업무 중 가장 기피하는 음식물쓰레기 수거는 민간 업체에서 담당한다. 지자체 소속 환경미화원은 거리 청소 업무만 맡는다. 이렇다보니 한 번 채용하면 정년까지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채용공고를 찾기도 쉽지 않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과거 청소부로 불렸던 환경미화원이 기피 직종이라는 건 옛말”이라며 “환경미화원 채용공고 발표 시점에 대한 문의가 연중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채용을 둘러싼 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의 한 구청장은 환경미화원을 뽑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채용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지난 10월 입건됐다. 경기 안산시에선 한 시의원이 환경미화원 채용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순경·9급 공무원 등 하위직 공무원 인기 폭발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순경, 9급 공무원 등 하위직 공무원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8월 실시한 제2차 순경 공채시험에선 역대 최다인 6만1297명이 원서를 냈다. 올해 1차 시험(5만5609명)과 비교해도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에는 16만9425명이 원서를 제출해 지난해(16.8 대 1)보다 높은 평균 19.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역대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