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 3분기 실적] 엔低에 수출株 타격…상장사 순이익 33% ↓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이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크게 악화됐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41%, 순이익은 33.41% 감소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에 비해 1.78% 줄어들었다. 실적이 크게 감소한 삼성전자를 제외하더라도 대부분 업종 대표주들이 작년 동기만큼 이익을 내지 못했다. 엔화 약세,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이 실적악화 주범이었다.

◆실적 퇴보하는 상장사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2일 발표한 올 3분기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실적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작년 3분기와 비교 가능한 488개사의 영업이익은 21조2421억원, 순이익은 13조9871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은 7조2354억원, 순이익은 7조179억원 감소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6조원과 4조원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난해 3분기를 밑도는 실적이다. 개별·별도 기준(617개사) 영업이익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11% 줄었고, 순이익은 39.52%나 감소했다.

1~3분기 누적으로 따져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미치지 못한다. 3분기 실적 충격 탓이다.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16.34%, 순이익은 12.62% 감소했으며 매출 역시 0.63% 줄었다.

업종별로도 에너지 가격 하락의 덕을 본 전기가스(전년 동기 대비 92.18% 증가), 글로벌 경기와 무관한 통신(59.54%) 등을 제외하곤 순이익이 대부분 감소했다. 특히 전기전자(-43.63%), 기계(-47.97%), 화학(-27.28%) 등의 수출 업종 대부분이 부진했다.

지난해 3분기 적자에서 올해 같은 기간 흑자로 전환한 업체는 현대상선(3분기 순이익 2427억원), 두산(766억원), 한국화장품(518억원), 세아홀딩스(375억원) 등 54곳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흑자에서 적자로 바뀐 기업들의 숫자도 52곳으로 엇비슷했다. 대림산업(3분기 -1676억원 순손실), 동국제강(-1273억원), 에쓰오일(-1092억원), 삼성전기(-719억원), SK이노베이션(-625억원), GS(-282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올 들어 흑자를 낸 곳은 72.7%, 적자에 머문 곳은 27.3%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 부채비율은 소폭 감소

수익성도 나빠졌다.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연결 기준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80%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6.32%는 물론, 2분기 5.06%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매출액 순이익률도 1년 새 4.66%에서 3.16%로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았을 때 48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남겼고, 이 중 회사가 실제로 손에 쥔 돈은 31원 정도라는 의미다. 매출액 순이익률이 높은 업체는 엔씨소프트(38.44%)였으며 강원랜드(33.70%), KT&G(30.57%), SK하이닉스(30.18%) 등도 30%대 매출액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부채가 줄어든 게 위안거리다. 3분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29.95%로 지난해 말 130.92%보다 1%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여유자금을 빚을 갚는 데 썼다는 분석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실적 보릿고개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화가치가 하향 조정되고 유가까지 떨어진 덕에 최악의 상황은 면하겠지만, 14조원 안팎을 올린 3분기 기록을 깨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에도 4분기 순이익은 7조원 선에 그쳤으며 2005년 14조원을 기록한 이후 단 한 번도 이 금액을 넘어선 적이 없다”며 “산업경기를 감안할 때 증권사 추정치 22조원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숫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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