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매년 예산안 처리를 대가로 여당으로부터 원하는 바를 얻는 ‘빅딜’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 때문에 야당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예산안 협상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대기업 세액공제 및 비과세·감면 축소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등 세 가지를 내세웠다.

야당은 법인세율 인상은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렇지만 대기업의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의 기본공제를 폐지하고,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의 당기분 공제율을 낮추는 것을 관철시켰다. 사실상 대기업 증세를 초래했다.

담뱃세 인상과 관련해선 여당의 방안이 수용도됐다. 당초 정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1500원 인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서 결국 2000원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를 대가로 법인세율 인상은 무력화시켰지만 결국 비과세·감면 축소에는 합의해 대기업 증세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담뱃세 인상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새정치연합은 지방세 성격이 강한 담뱃세에 국세를 포함시켜선 안 된다고 맞섰다. 결국 여당의 계획대로 개별소비세를 만드는 대신 야당 주장을 일부 수용해 개별소비세액의 20%를 지방에 소방안전교부세로 돌리기로 했다.

이처럼 야당에 비해 여당이 상대적으로 ‘얻은 것’이 많은 이유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 때문이다. 개정 국회법에 따라 11월30일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12월1일 정부의 예산안 원안 및 예산부수법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