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무상복지 출구전략,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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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급조된 무상복지 포퓰리즘
재정적자·성장지체 파국 앞당길 뿐
지속가능한 복지구조 재설계 시급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재정적자·성장지체 파국 앞당길 뿐
지속가능한 복지구조 재설계 시급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다산칼럼] 무상복지 출구전략, 빠를수록 좋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12/AA.9353485.1.jpg)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로 올해는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에 처리됐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어 375조4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복지예산은 115조7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0.8%다. 무상보육 예산보조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목적예비비로 국고 5400억원을 우회 지원하고 있다. 세수 확보를 위해 대기업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를 폐지하고 연구개발세액공제의 당해년 공제율을 인하했다. 이렇게 확보된 세수 5000억원은 복지 예산으로 들어갈 것이다.
내년 무상보육 재원은 미봉됐지만, 여타 무상복지 문제는 여전히 현안으로 남아 있다. 2013년 기준 누리과정과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에 투입된 교육재정은 전체 교육청 예산의 9.1%로, 이는 시설보수 등 학교개선 사업에 들어간 예산(7.8%)보다 크다. 교육예산이 교육사업이 아닌 ‘정치사업’에 더 많이 투입되는 것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기초연금도 시한폭탄이다. 소득상위 3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고, 또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연금액을 차감하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노인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장기재정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기초연금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77%, 23%를 분담하고 있지만, 기초연금 시행을 위한 지방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자체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는 여의치 않을 것이다.
차제에 선거 등을 앞두고 급조된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낙인효과를 피하기 위해 고소득층 아이들에게까지 공짜 점심을 줘야 한다는 좌파적 주장은 복선이 깔린 것일 수 있다. 급식과 관련한 감사 거부는 무상급식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근로여성과 똑같은 수준의 무상보육을 전업주부에게 지원하는 것은 형평을 위해 효율을 희생시킨 것이다. 또 노인연금도 세금으로 운영되는 노령수당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연금에 통합되는 것이 맞다.
무상복지를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증세할 수밖에 없다. 야권은 부자 증세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세는 소득세와 달리 상위 계층을 타깃으로 부과하는 세금이 아니다. 법인세가 부과되면 주주·근로자·납품업자·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전가된다. 또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 집중도는 매우 높다. 2011년 현재 10억원 이상 법인세를 내는 기업들은 전체 기업의 0.61%에 불과한 2818개로 이들이 부담하는 법인세 비중은 83%다. 법인세율을 높여 추가로 법인세를 더 징수하기는 어렵다.
세금은 세율에 의해 기계적으로 걷히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세수 실적을 보면 경제성장률이 5%를 넘었던 2006, 2007, 2010년에는 세수가 목표치를 웃돌았지만, 신용카드 대란(2003), 글로벌 금융위기(2009), 대선과 총선(2012) 등으로 성장률이 뚝 떨어진 해에는 예외 없이 세수가 목표치에 미달했다. 세금이 적게 걷힌 것은 부자 감세가 아니라 성장이 지체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무상복지 구조조정을 실기해서는 안 된다.
무상복지가 아닌 ‘세금복지’가 맞는 개념이다. 보편적 무상복지는 ‘기여한 것에 관계없이, 필요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퍼주는 ‘무차별 복지’다. 최근 파라과이에서 열린 ‘글로벌피스컨벤션 2014’에 참석한 전직 중남미 대통령들은 포퓰리즘을 제대로 막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남겨진 유산은 ‘재정 적자와 빈곤 탈출 실패 그리고 저성장’이라는 것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