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3세대 스타 주택업체의 탄생
주택업계에 ‘3세대 스타’가 탄생했다. 호반건설 중흥건설 EG건설 반도건설 우미건설 등 중견 주택업체들이다. 호반건설은 올해 18개 사업장에서 1만5365가구를 공급했다. 총 공급물량 기준으로 업계 2위, 일반분양 물량 기준으로 1위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쟁쟁한 그룹계열 건설사를 제쳤다.

중흥건설도 올해 16개 단지 1만2940가구를 내놨다. 업계 4위에 해당하는 공급물량이다. EG건설(6800여가구), 반도건설(6680가구), 우미건설(4350가구) 등도 대형 건설사와 맞먹는 물량을 선보였다.

물량만 많은 게 아니다. 분양하는 단지마다 ‘완판(완전판매)’이다. 이러다 보니 순이익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말 많은 사람들의 추측이다.

1·2세대 주택업체의 몰락

스타 탄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엔 청구 우방 우성 등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경기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건설을 전후해 탄생한 1세대 스타다. 2000년대에는 우림건설 월드건설 동문건설 현진 등이 주택업계를 주도했다. 단군 이래 최대 분양시장 호황기에 활약한 2세대 스타다.

이들의 위세는 3세대 스타 못지않았다. 공급물량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신평면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했다. 조 단위를 넘나드는 돈도 벌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부분 10년 이상을 버티지 못했다. 주택시장 침체와 외부충격(외환·금융위기)에 무너졌다.

벌써부터 3세대 스타의 영광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근거는 사업구조다. 이들의 주력 사업모델은 판박이다. 대부분 수십개에 이르는 시행 계열사를 동원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이 판매하는 아파트 용지에 응찰한다. 추첨방식 분양이다 보니 상당수가 중견 업체에 돌아간다. 명목상 경쟁률 100 대 1이라면 50개 계열사를 동원한 회사엔 2 대 1의 경쟁률에 불과한 까닭이다.

이렇게 확보한 땅에 지은 아파트는 금방 팔린다. 전국 분양시장이 활황이어서다. 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형 걸맞은 시스템 갖춰야

그러나 LH 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도 신규 용지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 LH는 신도시 개발을 사실상 중단했다. 아파트 용지 공급방식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불공평하다는 대형사들의 원성이 자자해서다.

입주 때 시장 상황도 변수다. 아파트 사업의 사이클은 최소 3년이다. 용지 확보부터 입주까지 적어도 그 정도 걸린다. 분양에 성공해도 입주 때 시장이 얼어붙으면 낭패다. 분양받은 이들이 입주를 포기하는 까닭이다. 수분양자들은 중도금과 잔금을 대출에 의존한다. 계약금만 포기하면 그만이다. 그 부담을 건설사가 모두 떠안는다. 사업장 하나당 매출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2세대 스타였던 J 전 회장의 말은 곱씹을 만하다. “직원 200명, 매출 3000억원 수준일 땐 회사 구석구석이 환하게 보였습니다. 직원이 500명을 넘고 매출이 1조원에 이르자 안 보이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컨트롤 역량을 벗어난 줄도 모르고 계속 달렸지요. 대기업에서 일해 본 인재를 영입해 시스템을 만들고, 미래의 먹거리를 고민하길 바랍니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존경받는 장수 주택업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조성근 건설부동산부 차장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