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산업, 공기청정·제습기로 '신바람'…금형업체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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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영학회·한국경제신문 '강소기업 발굴 프로젝트' (1)
삼성전자 1차 협력사로 전자제품 금형 만들다
2012년 디에떼 브랜드 도입…공기청정·제습기 시장 진출
'기본 제일주의' 경영…해외진출도 적극 모색
삼성전자 1차 협력사로 전자제품 금형 만들다
2012년 디에떼 브랜드 도입…공기청정·제습기 시장 진출
'기본 제일주의' 경영…해외진출도 적극 모색
‘한국 경제의 동맥을 다시 뛰게 할 동력은 어디 있을까’. 국내 최대 경영학술단체인 대한경영학회와 한국경제신문이 2014년 봄 ‘한국 경제 활력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제기한 첫 질문입니다. 결론은 중소기업이었습니다. 2012년 기준으로 중소기업 수는 335만1000개로 전체 사업체 수의 99.9%, 종사자는 1305만9000명으로 87.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505개의 중견기업과 2916개의 대기업이 있지만, 창업과 고용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고는 경제에 활력을 주기 힘들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대한경영학회와 한국경제신문이 강소기업을 찾아 나선 이유입니다. 전국에 있는 매출 100억원 이상 중소·중견기업 중 혁신역량과 시장 점유율, 연구개발력, 성장성 등을 평가해 강소기업을 찾아 이들의 성공 DNA를 분석한 뒤 중소기업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황승준 대한경영학회 부회장(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사진)은 이를 “수많은 무명가수 중 가창력이 뛰어난 숨은 실력자를 발탁해 스타로 만드는 작업”에 비유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대한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디케이산업 동신유압 와이즈와이어즈 등 8개 강소기업을 소개합니다.
광주광역시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디케이산업 공장 입구에는 ‘기본 제일주의’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인간을 기본으로 한 경영, 기술을 기본으로 한 경영, 고객을 기본으로 한 경영을 강조하는 회사 설립자 김보곤 회장(사진)의 경영철학이다.
디케이산업은 1993년 김 회장이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 3000만원을 종잣돈으로 해 세운 금형·부품 전문업체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로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등 전자제품 생산에 쓰이는 프레스 금형과 부품, 열교환기(콘덴서) 등을 생산해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1490억원에 영업이익 38억원을 올린 지역 내 대표 금형업체로 올해는 매출 200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디에떼’라는 자체 브랜드로 공기청정기와 제습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 디에떼는 디케이산업이 만든 지중해의 상쾌한 바람(에떼시앙)이라는 뜻의 조어다.
그러나 가전업계에는 “대기업에 납품하던 회사가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무덤을 파는 것과 같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유통망을 구축하고 마케팅에 돈을 투자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주위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새 사업을 강행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 이전을 시작하면서 일감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뭔가 홀로서기를 위한 발판이 필요했다. 그동안 가전제품 부품을 생산하며 제습기와 공기청정기에 들어가는 핵심기술을 확보해 놓은 터였다. 김 회장은 20여명 규모의 기술연구소를 두고 매년 매출의 5% 안팎을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
디케이산업은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2년 제품을 출시했다. 출시 이듬해 디에떼 제습기는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제습기 부문 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등을 수상하며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는 듯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제 갓 완제품 시장에 발을 디딘 중소기업에 ‘낮은 인지도’와 ‘중소기업이라는 라벨’은 치명적이었다. 제품 기술상의 문제도 발견됐고, 대기업에 마케팅도 크게 밀렸다. 제품을 선보인 지 1년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 내에서는 ‘역시 하던 것을 잘해야 한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때 돌파구가 된 것이 홈쇼핑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역 중소기업의 마케팅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전문채널인 홈앤쇼핑을 통해 시행하는 무료 광고방송사업 ‘일사천리’에 디에떼가 소개되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제습기 매출은 20억원. 김 회장은 “아직은 작지만 의미 있는 숫자”라며 “소비재는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5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케이산업은 자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기 정화기, 에어워셔, 천연가습기 등 디에떼 브랜드의 다른 제품을 연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또 그동안 금형쪽에서 구축한 북미 아시아 중국 일본 지역의 바이어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용기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디케이산업은 대기업과의 상생이라는 기반 아래 꾸준히 연구개발을 하며 홀로서기를 시도해 성과를 내는 사례”라며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1, 2차 협력사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대한경영학회와 한국경제신문이 강소기업을 찾아 나선 이유입니다. 전국에 있는 매출 100억원 이상 중소·중견기업 중 혁신역량과 시장 점유율, 연구개발력, 성장성 등을 평가해 강소기업을 찾아 이들의 성공 DNA를 분석한 뒤 중소기업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황승준 대한경영학회 부회장(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사진)은 이를 “수많은 무명가수 중 가창력이 뛰어난 숨은 실력자를 발탁해 스타로 만드는 작업”에 비유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대한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디케이산업 동신유압 와이즈와이어즈 등 8개 강소기업을 소개합니다.
광주광역시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디케이산업 공장 입구에는 ‘기본 제일주의’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인간을 기본으로 한 경영, 기술을 기본으로 한 경영, 고객을 기본으로 한 경영을 강조하는 회사 설립자 김보곤 회장(사진)의 경영철학이다.
디케이산업은 1993년 김 회장이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 3000만원을 종잣돈으로 해 세운 금형·부품 전문업체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로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등 전자제품 생산에 쓰이는 프레스 금형과 부품, 열교환기(콘덴서) 등을 생산해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1490억원에 영업이익 38억원을 올린 지역 내 대표 금형업체로 올해는 매출 200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디에떼’라는 자체 브랜드로 공기청정기와 제습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 디에떼는 디케이산업이 만든 지중해의 상쾌한 바람(에떼시앙)이라는 뜻의 조어다.
그러나 가전업계에는 “대기업에 납품하던 회사가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무덤을 파는 것과 같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유통망을 구축하고 마케팅에 돈을 투자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주위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새 사업을 강행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 이전을 시작하면서 일감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뭔가 홀로서기를 위한 발판이 필요했다. 그동안 가전제품 부품을 생산하며 제습기와 공기청정기에 들어가는 핵심기술을 확보해 놓은 터였다. 김 회장은 20여명 규모의 기술연구소를 두고 매년 매출의 5% 안팎을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
디케이산업은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2년 제품을 출시했다. 출시 이듬해 디에떼 제습기는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제습기 부문 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등을 수상하며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는 듯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제 갓 완제품 시장에 발을 디딘 중소기업에 ‘낮은 인지도’와 ‘중소기업이라는 라벨’은 치명적이었다. 제품 기술상의 문제도 발견됐고, 대기업에 마케팅도 크게 밀렸다. 제품을 선보인 지 1년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 내에서는 ‘역시 하던 것을 잘해야 한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때 돌파구가 된 것이 홈쇼핑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역 중소기업의 마케팅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전문채널인 홈앤쇼핑을 통해 시행하는 무료 광고방송사업 ‘일사천리’에 디에떼가 소개되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제습기 매출은 20억원. 김 회장은 “아직은 작지만 의미 있는 숫자”라며 “소비재는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5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케이산업은 자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기 정화기, 에어워셔, 천연가습기 등 디에떼 브랜드의 다른 제품을 연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또 그동안 금형쪽에서 구축한 북미 아시아 중국 일본 지역의 바이어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용기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디케이산업은 대기업과의 상생이라는 기반 아래 꾸준히 연구개발을 하며 홀로서기를 시도해 성과를 내는 사례”라며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1, 2차 협력사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