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낮 기온이 영하에 머문 3일. 유니클로의 국내 최대 매장인 명동중앙점 4층은 발열내의 ‘히트텍’으로 가득 채워졌다. 대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한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들이 제품을 두세 개씩 집어들었다.
"히트텍 잡아라"…토종 발열내의 반격
유니클로는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선 히트텍의 누적 판매량이 2008년 출시 이후 작년까지 1700만장에 달하고 올해는 800만장가량 팔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발열내의 시장은 뜨거워진다. 발열내의는 단순한 ‘내복’이 아니라 가볍고 멋스러운 ‘기능성 이너웨어’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내의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체감온도가 급감하는 11~12월이 한 해 영업 실적을 결정짓는 최대 성수기다. 유니클로 히트텍의 독주 체제였던 이 시장은 토종 패션업체들이 특화된 소재의 신제품을 대거 쏟아내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제일모직 에잇세컨즈는 올겨울 ‘원더웜’을 통해 이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나무에서 뽑아낸 식물성 섬유 텐셀을 썼고, 화장품 성분인 콜라겐도 가공 처리해 히트텍보다 ‘촉촉함’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미 제일모직 상무는 “겨울철 피부 건조와 정전기 문제를 해결했고 가벼운 외출 때도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신성통상 탑텐은 발열내의 ‘온에어’ 생산량을 작년 겨울 15만장에서 올겨울 50만장으로 늘렸는데, 이미 60%가 팔렸다. 온에어는 땀을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흡수발열 섬유를 사용했다. 가격은 장당 7900~1만4900원으로 히트텍의 절반 수준이지만, 2주 전 값을 더 내려 모든 제품을 7500원에 팔고 있다.

이랜드 스파오는 히트텍보다 다양한 색상, 귀여운 디자인을 넣은 ‘웜히트’로 소비자몰이에 나섰다. 지난달 웜히트 매출은 1년 전보다 20% 늘었고, 한파가 몰아닥친 이번주엔 전주 대비 두 배 이상 매출이 뛰었다.

내복의 인기가 시들해져 고전하던 내의 전문업체들도 발열 속옷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BYC는 ‘보디히트’(사진), 쌍방울은 ‘히트업’, 좋은사람들은 ‘와우웜’ 브랜드로 각각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 제품은 3만~6만원대로 유니클로와 같은 제조·직매형 의류(SPA)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원단이 고급스럽고 오랜 속옷 제조 노하우를 접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BYC 보디히트는 올 9~11월 매출이 작년보다 23% 증가했다. 대기 중의 적외선을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솔라터치 소재를 채택한 이 제품은 젊은층을 잡기 위해 7부, 9부, 기모 등으로 상품군을 다양화했다.

유통업체도 가세해 이마트 ‘히트필’, 롯데마트 ‘울트라히트’ 등의 자체상표(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인 지오다노의 ‘지워머’, 베이직하우스의 ‘웜에센셜’ 등도 있다.

발열내의가 패션 시장의 겨울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았지만 보온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발열내의는 아직 공인된 품질 기준 없이 업체들의 자체 검사에 의존하고 있다”며 “보온 효과는 입는 사람에 따라 주관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