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단감 생산 10% 늘자 가격 38% 폭락
단감과 당근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풍년이 농산물 가격 폭락을 초래하는 ‘풍년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풍년의 역설…단감 생산 10% 늘자 가격 38% 폭락
단감은 올해 날씨가 좋아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많아지면서 지난해 이맘때보다 가격이 30% 이상 떨어졌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단감 15㎏ 상품 1상자는 2만5800원으로, 지난해 4만1760원과 비교하면 38.2% 폭락했다.

가격이 급락하자 전국 최대 단감 생산지인 경남 창원시 농민들은 이날 수확한 단감 일부를 폐기 처분했다. 이곳 농민 30여명은 단감 30t을 동읍 월잠리에 있는 논에 비료로 사용토록 폐기했다.

김순재 동읍농협 조합장은 “단감 가격이 폭락해 생산비, 포장비, 운송비를 제하고 나면 농민들 손에 떨어지는 돈이 거의 없다”며 “유통되는 물량을 줄여서라도 가격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폐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근은 최근 2개월 새 값이 71%나 떨어졌다. 3일 기준 도매가격은 1만6000원으로, 작년에 비해서 36.5% 하락했다. 당근 가격은 올 들어 9월까지는 전년 대비 40% 높았지만, 가을당근이 조기 출하되면서 급락했다. 이달부터 겨울당근이 본격 출하되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추는 가격 폭락에 이어 가락시장에서 경매가 유찰되기도 했다. 소비 부진으로 낮은 가격에 경매를 시작해도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배추 1㎏당 가격은 390원으로 지난해보다 40.1% 떨어졌다.

쌀과 콩값도 약세다. 35㎏이 들어 있는 콩(백태) 한 상자의 도매가격은 14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6.0%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두부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으로 가격 폭락 사태를 한 차례 겪었던 것을 고려하면 2년 만에 26%가량 가격이 낮아졌다. 쌀 가격은 전년 대비 4.6% 하락했다.

강진규/이현동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