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미국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이 4일(한국시간) 오전 막을 올렸다. Q스쿨에는 154명이 출전해 미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LPGA인터내셔널GC(파72)에서 닷새간 90홀을 돈다. 그중 상위 20명에게만 내년도 출전권을 부여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장타자로 손꼽히는 장하나(22·비씨카드)와 김세영(22·미래에셋)이 도전에 나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백전 노장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눈길을 끈다.

◆박세리의 ‘멘토’ 로리 케인

로리 케인
로리 케인
로리 케인(캐나다)은 1998년 미 투어에 처음 진출해 아는 사람 한 명 없던 ‘외톨이’ 박세리(37)에게 친구이자 언니가 돼줬다. 박세리는 당시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골프의 전설’ 낸시 로페즈(56·미국)와 케인을 꼽을 정도로 그를 믿고 의지했다. 후덕한 인상의 케인은 항상 미소 띤 얼굴로 박세리의 말벗이 돼줬고 투어 생활의 애로사항에 대해 조언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케인은 다음달 19일 만 50세가 된다. 지천명(知天命)을 눈앞에 둔 케인이 LPGA Q스쿨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올해 1부투어 14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4개 대회에서만 커트를 통과해 시드를 잃고 말았다.

1993년 프로가 돼 1996년 LPGA투어에 데뷔한 케인은 통산 4승을 거뒀다. 2000년에만 3승을 올리며 상금랭킹 5위에 올랐다. 2000년 10월 ‘뉴알바니골프클래식’에서는 김미현과 연장전을 벌여 이기기도 했다. 케인은 시니어투어 격인 레전드투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레전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시니어투어에서 2승을 거뒀다.

◆21번째 Q스쿨 나서는 니콜 제레이

Q스쿨, 백전노장들의 '아름다운 도전'
선수들에게 Q스쿨은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학교’로 통한다. 그런데 니콜 제레이(44·미국)는 이번에 무려 21번째 Q스쿨에 도전한다. 1993년 첫 도전에서 투어카드를 획득한 제레이는 1995년과 2005년만 빼고는 매년 Q스쿨로 내려와야 했다. 1996년에 1타 차로 시드를 잃는 아픔을 겪었고 1997년에는 Q스쿨 최종전에도 오르지 못했다.

21차례의 Q스쿨에서 풀시드를 획득한 것은 1993·1994·1998·2003·2004·2009·2012년 등 일곱 차례였다. 2001·2002·2006·2008·2010년에는 조건부 출전권을 따내는 데 그쳤다. 1999·2000·2007·2011년에는 아무런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제레이는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Q스쿨 초년생에게 “대회 기간 연습에 몰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Q스쿨에 있는 동안 많은 사람이 작은 것도 교정하려고 애쓰지만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LPGA Q스쿨에는 장하나 김세영 박주영 등 한국 선수 11명과 지난해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 신인왕 찰리 헐(영국), 아마추어 랭킹 1위 호주 동포 이민지(18), 타이거 우즈 조카 샤이니 우즈(미국) 등이 출전한다.

◆일본 무대 노크하는 양용은, 김하늘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챔피언인 양용은(42)은 4일부터 엿새간 일본 미에현의 코코파리조트클럽 하쿠산빌리지골프코스에서 108홀 경기로 펼쳐지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Q스쿨에 응시한다.

양용은은 JGTO 특별 승인으로 Q스쿨 최종전 출전 자격을 얻었다. 200여명이 출전해 나흘간 72홀 경기를 치른 뒤 상위 90위 이내 선수들이 5~6라운드를 펼쳐 상위 35명에게 출전권을 부여한다.

양용은은 2008년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우즈에게 유일하게 역전패를 안긴 주인공이다. 우즈는 양용은에게 역전패한 이후 6년째 메이저 우승컵을 안지 못하고 있다. 양용은은 메이저 우승으로 5년간 시드를 받았으나 올해로 종료됐다. 양용은은 미국에 진출하기 전인 2004~2006년 일본 투어에서 활동하며 4승을 올렸다.

김태훈(29) 문경준(32) 김시우(19·CJ오쇼핑) 김대현(26) 박일환(22) 등 국내 남자 프로들도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2011년부터 2년 연속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왕에 올랐던 김하늘(26·비씨카드)은 지난 2일 일본 시즈오카현 가쓰라기GC(파72)에서 막을 올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Q스쿨에 도전 중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