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자기는 요즘 도자기 그릇에 그림을 그려 넣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젊은 팝아트 작가들과 손잡고 톡톡 튀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김영은 한국도자기특판 사장(사진)이다.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의 막내딸인 김 사장은 71년 장수기업인 한국도자기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김 사장은 “젊은 팝아트 작가들이 참여해 만든 도자기 얍(YAP)을 젊은 층이 주로 방문하는 디자인숍 등에서 판매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며 “외국 작가 등 앞으로 더 다양한 미술 작품을 그릇에 그려 내놓겠다”고 말했다. 매년 초 화가가 ‘십이간지’를 주제로 그린 고급 기념접시를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김 사장이 최근 내놓은 ‘더쉐프’ 세트는 요리사들이 직접 고른 백지(하얀 그릇)로 구성했다. 그는 “서울 합정동의 한 레스토랑에 갔는데 주방장들이 모두 해외 입양아 출신이었다”며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한국도자기 그릇을 기증할 테니 매장에 와서 고르라고 한 것이 더쉐프의 탄생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요리사들의 눈높이에서 한식기 세트를 선별, 스타볼과 큰 샐러드 접시 등이 포함돼 젊은 주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도자기 직영점 네 곳과 법인도매 등을 담당하는 특판 사장을 맡은 이유는 고교생 때부터 방학마다 매장에서 도자기를 직접 팔았을 정도로 영업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뼈를 갈아 원료로 사용하는 ‘본차이나’ 소재와 제품에 대해 줄줄 꿰고 있다. 김 사장은 “어머니(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 부인)의 지시로 도자기를 직접 팔았고 대학(중앙대 국문과)에 입학한 뒤에 여직원용 유니폼을 입고 그릇 닦는 법 등 현장에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배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좋은 식재료를 제대로 된 그릇에 담아 격식 있게 먹는 음식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도록 해 ‘도자기 종주국’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