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산업의 오경진 기획실장(왼쪽)과 권오훈 연구소장이 창원공장에서 조향장치 부품 경량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태림산업의 오경진 기획실장(왼쪽)과 권오훈 연구소장이 창원공장에서 조향장치 부품 경량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경남 창원 시내 산업단지와 주거단지를 가르는 직선 대로의 남동쪽 끝자락에 한국전기연구원이 있다. 이곳의 한 건물에 들어서면 거대한 잠수함 시험설비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수함, 전기추진 구축함 등의 시험·연구시설을 갖춘 ‘전기선박 육상시험소’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는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11월 중순 완공됐다.

본격 가동은 내년 2월부터 이뤄진다. 임근희 한국전기연구원 팀장은 “추진 전동기와 발전기, 디젤엔진은 물론 인버터 배전반 차단기 전지 등 관련 기술을 총망라한 융합기술의 결정체”라며 “앞으로 대부분의 선박이 전기추진 선박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 접목 활발

'기계 메카' 창원, 車부품 경량화 주도
전기선박 육상시험소 프로젝트는 ‘창원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창원산업단지는 공작기계 및 운송기계가 전체 입주기업의 82%를 차지할 정도로 기계업종이 압도적이다. 현대위아 삼성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 등 40여개 대기업과 2300여개 중소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의 80% 이상이 대기업 협력사다.

창원산업단지도 경기침체의 그림자를 피해갈 순 없었다. 지난 8월 가동률은 76.2%로 1년 전에 비해 2.2%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대기업들이 경기침체로 고통받자 협력업체들의 위기감도 높아졌다.

이 때문에 이곳에 있는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바쁘다. 김병오 산단공 동남지역본부 구조고도화추진팀장은 “창원산업단지는 작년 11월 구조고도화 확산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총 22건의 혁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입주기업의 혁신역량 키우기다. 전기선박 육성, 산학융합지구 조성, 기계소재융합기술 고도화, 종합비즈니스센터 조성, 민간 연구개발센터 건립 등이 그 예다.

손형규 산단공 경영지원팀장은 “창원의 강점인 기계산업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접목한 신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클러스터 활동도 이에 집중돼 있다.

○“중소기업 클러스터활동 지원”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하도급 생산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어려워 ‘나만의 경쟁력이 있는 제품’ ‘내 브랜드로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자동차용 조향장치 부품을 만들어 이 중 80% 이상을 수출하는 태림산업은 자동차 경량화 추세에 맞춰 부품 일부를 강철 대신 알루미늄으로 만든 제품을 선보였다. 산단공의 시제품 지원사업에 힘입어 개발했다. 이 회사 2세 기업인인 오경진 기획실장은 “우리는 1차 협력사를 거쳐 폭스바겐 GM 도요타 등에 공급하고 있는데 완성차업체들이 연비 개선을 위해 경량화에 나서고 있어 이에 맞춰 부품 경량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정밀가공기기업체 대건테크는 최근 보급형 3차원(3D) 프린터를 개발했다. 신기수 대건테크 사장은 “3D프린터 ‘마이디’는 지난 16년 동안 정밀 가공기기와 부품을 개발해 온 우리 회사의 노하우를 결집한 제품”이라며 “앞으로 2년 뒤에는 이 제품이 주력 제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 기업주치의센터 도움으로 개발한 마이디는 열가소성 고체물질을 노즐에서 녹여 얇은 막을 형성, 쌓는 방식의 제품이다.

산단공 관계자는 “융합기술을 토대로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클러스터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창원=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