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휴대폰 실적 부진의 근원지인 중국 시장에서 유통망과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대형 유통망에 공급하는 물량을 줄이고, 자체 매장과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중국 유통상들이 삼성에서 마케팅 비용만 받고 제대로 영업활동을 하지 않자, 이들을 통해 판매하는 비중을 크게 줄이겠다는 것이다.
삼성, 中 유통망 대수술…휴대폰 직접 판매 늘린다
휴대폰 유통의 대부분을 통신사들이 책임지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는 오픈마켓 비중이 크다. 오픈마켓은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유통상인과 온라인 등에서 휴대폰을 먼저 구입한 뒤 개통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오픈마켓 비중은 전체의 70%에 달한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디신퉁, 쑤닝 등 대형 유통회사들은 강력한 판매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로 삼성 등 외국계 휴대폰 제조사를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행사해 왔다. 공급 가격을 지나치게 낮추라거나, 재고가 생길 경우 이를 제조사가 부담하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또 삼성에서 마케팅 비용을 받고도 이를 제대로 영업활동에 쓰지 않은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화웨이 등 중국 휴대폰 업체들에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이 떨어진 것은 가격이나 성능뿐 아니라, 중국 휴대폰 업체들에 유리한 유통구조와도 무관치 않다”고 전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유통망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중국삼성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이 내놓은 방안은 자체 브랜드숍과 온라인 판매를 늘리는 것이다. 2012년부터 브랜드숍을 만들기 시작한 삼성은 올 들어 숫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등 1선 도시는 물론 지방의 3, 4선 도시에까지 매장을 만들고 있다. 또 온라인 판매만으로 중국 시장 1위에 오른 샤오미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온라인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 브랜드숍만으로 넓은 중국 영토를 전부 커버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규모의 자체 유통망을 확보하면 현지 유통업체나 통신사와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숍은 관리가 쉬울 뿐 아니라 숫자가 늘어날수록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