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형 '뉴프런티어'
올 한 해 전 세계의 화두는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었다. 한국 정부도 청년취업 지원, 여성 및 장년층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실업률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일자리 창출은 경제성장과 관련이 있다. 경제성장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취업률을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올해 상반기 대졸자 취업률은 58.6%로 절반을 조금 넘는다. 청년실업률은 8.5%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을 측정하는 정부 방식을 감안하면 실제 체감하는 실업률은 그보다 훨씬 높다.

1961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의 청년들을 훈련해 각국에 파견하는 평화봉사단(Peace Corps)을 창설했다. 17만명 이상의 봉사자가 138개국에 파견됐다. 최소 2년 동안 저개발국에 파견된 대학생들은 지역전문가가 돼 현지 경제발전은 물론 미국의 국위 선양과 국익 창출에 이바지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혼란스러워하던 미국 청년들에게 ‘뉴프런티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다.

위기는 늘 기회와 같이 있다. 이제 기회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우리나라도 평화봉사단의 수혜를 받은 국가다. 우리에게는 취업을 고민하는 수십만명의 훌륭한 인재들과 정년퇴직한 전문인력이 있다. 만약 이 인력들에 교육을 제공하고 도움이 필요한 국가에 파견해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우리가 받았던 수혜를 되돌려 줌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기르게 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한국뉴욕주립대도 20개국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개도국 학생과 우리 학생들을 매칭해 그들의 나라에 정보기술(IT)을 보급하고 한국과 현지를 잇는 다양한 연구 및 기업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모두가 함께 잘살자는 ‘공존번영’의 가치를 실현하고 학생들에게 세계를 무대로 하는 비전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의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한국이 수혜를 받은 것이 불과 수십년 전의 일이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세계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이 바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새로운 역사를 쓸 때다. 청년 고실업의 현상을 해결하는 묘책을 역사에서 찾아봄이 어떤가.

김춘호 <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president@sunykor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