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파문 이면에는 청와대 내 비서실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1부속비서관, 안봉근 2부속비서관)과 민정라인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간의 알력이 깊숙이 자리 잡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검찰 출신인 조 전 비서관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일하다 인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지냈으며 정권 출범 직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캠프에서 조 전 비서관과 같이 일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3일 “초기만 해도 조 전 비서관과 3인방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며 “하지만 민정라인 중에서도 특히 조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감찰, 인사 검증 등의 역할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알력이 커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정권 초기부터 3인방에 대해서는 물론 이른바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와 관련해 부정적인 정보를 자주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마다 3인방은 이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이들 간의 알력은 당사자들의 주장에서도 확인된다. 조 전 비서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권력 실세들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 dog)’ 역할을 충실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의 지시로 정윤회 씨 관련 문건을 작성한 박모 경정 역시 “청와대 내에서 ‘문고리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조 전 비서관과 나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옛날로 따지면 사헌부와 같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인사 문제를 놓고서도 3인방과 몇 차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민정수석실에 파견되는 경찰 출신 행정관들의 인선을 둘러싸고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비서관과 다툼을 벌인 일도 있었다고 한다. 또 부속실에서 추천하는 인사에 대해서도 번번이 좋지 않은 검증 보고서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