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 부수법안은 당초 정부 원안보다 저소득층·중소기업의 세금은 줄여주는 대신 대기업의 세 부담을 늘린 게 특징이다.

먼저 현재 40%로 일원화돼 있는 퇴직소득 공제율을 급여 수준에 따라 차등화(35~100%)하는 방안은 당초 정부안에서 2016년 1월부터 전면 실시하기로 했지만 국회가 이를 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바꿨다. 즉 개정된 산식에 따른 산출세액은 2016년에는 20%만 적용(종전 기준에 따른 산출세액의 80%와 합산)하고 이어 5년 동안 20%포인트씩 늘려 2020년부터 100% 시행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 퇴직자의 세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공제 대상을 확대한 것도 정부가 아닌 국회에서 도입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 따라 월세를 사는 근로자가 연말정산으로 한 달치 월세에 해당하는 세금을 돌려받는 등 혜택이 커졌다. 올해까지는 총 급여액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의 월세액에 대해 최대 60%(500만원 한도)까지 소득공제를 해줬는데 앞으로 총 급여액 7000만원 이하, 10% 세액공제(월세액 중 750만원까지)로 개편됐다.

탈세 방지와 역외 소득 추적을 위한 세법 개정안은 박원석 정의당 의원과 김영록·오제세·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주도했다. 역외 소득 및 재산에 대한 한시적 자진신고제는 지금까지 신고하지 않고 있는 해외소득이나 재산 등을 2016년 말까지 별도로 정한 기간 동안 신고하면 세법상 가산세, 과태료를 감면함은 물론 명단 공개에서도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해 세원을 넓히는 방안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해 효과를 본 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 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부과하는 1000만원의 과태료도 취득가액의 1% 이하(5000만원 한도)로 상향 조정됐다. 탈세 제보에 따른 포상금 역시 정부안(20억원)보다 10억원 올렸다.

준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세액 감면율은 정부안(30%)보다 늘어난 50%로 국회를 통과했으며 임대 목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취득할 때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내용도 새로 들어갔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고 임대주택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지역·업종·기업 규모에 따라 5~30% 세액을 감면해주는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은 정부안에서 영화관 운영업이 추가된 데 이어 국회에서는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과 주택임대관리사업까지 포함됐다.

국회는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축소를 위해 연구개발비용 세액공제 당기분 공제율을 현행 3~4%에서 2~3%로 낮췄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대기업 공제율도 정부안(4~7%)보다 낮은 3~5%로 정해졌다. 이로 인해 늘어나는 대기업의 세 부담은 5500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호기/임원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