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종말 아니면 변화…자본주의 앞날을 묻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본주의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본주의의 미래를 두고 종말이 닥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미래로 흘러갈 것이란 비관론부터 자정 능력을 발휘해 새로운 시대를 만들 것이란 낙관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망이 경쟁적으로 쏟아진다.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는 ‘세계체제론’을 주창한 미국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을 비롯한 다섯 명의 학자가 자본주의의 미래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세계 체제를 분석하거나 ‘거시 역사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거시 역사사회학’은 고대 제국과 문명의 변천, 자본주의와 근대 사회의 기원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월러스틴이 보는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은 체제에 내재된 속성 때문이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지만 그 주기도 끝을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말 그대로 자본이며, 자본을 축적해야 체제가 유지되지만 여러 분야에서의 비용 상승이 생산자의 이윤을 침해해 자본 축적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분기점이 21세기 중엽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랜들 콜린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간 계층 노동자의 종말이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자본주의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만든 일자리, 시장의 지리적 확산, 메타 금융시장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돌파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이전 과학기술 혁명이 저임금 하층 노동력에 들어가는 임금을 줄이는 대신 중산층 일자리를 만드는 형태였지만 정보기술(IT)의 발전은 사무직과 전문직 등 중간 계층의 일자리를 없앤다는 설명이다.

마이클 맨 캘리포니아대 사회학과 석좌교수와 크레이그 캘훈 런던정경대 학장은 자본주의가 지금 큰 변환기를 맞았지만 종말로 향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맨 교수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저성장 세계 자본주의’의 지속”이라며 “자본주의 자체가 결함을 안고 무너지기보다 핵전쟁이나 기후 변화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한다. 캘훈 학장은 “글로벌 금융이 단기 이윤에 집중하고 성장을 저해하면서 불평등을 불러오지만 그래도 자본주의는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몇 세대에 걸쳐 예상하기 힘든 형태로 변형될 것”으로 내다본다.

게오르기 데를루기얀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옛소련과 중국의 시장 체제 도입을 대비해 살핀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은 국가를 기업으로 단숨에 변신시키려는 무모한 시도 속에서 무참히 실패했고, 중국은 ‘징검다리 건너듯 한발씩 강을 건너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경제적 성과를 올렸고 집권당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그는 “옛소련과 중국의 혁명과 독재, 폭력이 21세기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비슷하게 나타날지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점은 ‘어느 체제든 미래로 가는 길이 하나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체제는 불완전한 것이고 미래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을 설계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며 “그것이 자본주의 체제 속에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희망적 미래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