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통화 조작이 경제위기 불러…안정된 화폐가 번영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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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포브스·엘리자베스 에임스 지음 / 권오열 옮김 / 비즈파크 / 312쪽 / 1만4800원
스티브 포브스·엘리자베스 에임스 지음 / 권오열 옮김 / 비즈파크 / 312쪽 / 1만4800원
세계 정치인과 학자, 전문가들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어진 ‘대침체’(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세계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 상황을 1930년대 대공황에 빗댄 말), 계속되는 경제 불안 원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금융 부문의 규제 철폐와 탐욕, 위험한 통화 시장에서의 무모한 투기, 과도한 빚, 불평등 등이다. 미국 자본주의 자체를 지목하기도 한다.
저명한 금융 저널리스트로 경제월간지 ‘포브스’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스티브 포브스 미국 포브스미디어 회장(사진)은 《머니》에서 위기와 불안의 진정한 원인을 “중세시대 중상주의자에게서 전해 내려온 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한 정책 입안자들의 무지”에서 찾는다. 이런 무지에서 만들어진 ‘취약하고 불안정한 화폐’가 최근 수십년간 발생한 커다란 경제적 실패들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포브스 회장은 돈의 세 가지 역할을 설명하는 것부터 논지를 전개한다. 돈은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척도이자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지게 하는 신뢰의 매개체이며, 사회 전반의 정보 전달 체계다. 돈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이어야 한다.
돈의 가치가 유동적이고 불안정해지면 종종 파괴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최근 10년의 세계 경제 불안이 생생한 사례다. 그는 통화 가치를 조정해 경제를 움직이는 케인스주의자와 통화주의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인위적인 통화 조작은 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돈의 움직임이 전달하는 정보를 왜곡시킨다. 여기서 온갖 문제와 위기가 파생한다.
세계 경제는 대부분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통화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때에 성장하고 번영을 누렸다. 달러를 금에 고정시키고 다른 통화는 달러에 묶는 형태의 금환본위제인 브레턴우즈 체제(1944~1971년) 시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체제 붕괴 이후 달러와 세계 다른 통화 가치가 정부의 정치적 변덕에 따라 중앙은행의 손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취약하고 불안정한 명목화폐’ 체제가 들어섰다.
저자가 보기에 고정환율제 폐지는 중상주의적 행위다. “국제수지 적자에 대한 미국 등 각국의 집착은 수십년 동안 불필요한 통화 평가절하와 자본 통제, 보호주의적인 무역 규제를 성행하게 했다”며 “경상수지와 국제수지에 대한 잘못된 초점은 명목화폐의 재앙을 불러들였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돈을 찍어내는 것은 부를 창조하는 일이 아니라 파괴하는 일”이라며 “통화량 증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서 비롯되는 ‘가짜 성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 초 미국 정부·중앙은행이 조장한 과잉 유동성은 미국의 수백만 주택 구입자들이 엄청난 양의 돈을 빌릴 수 있게 했지만 결국 ‘자산 거품’으로 이어져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포브스 회장은 “중앙은행의 통화 조작이 유일하게 정당화되는 경우는 고정된 통화가치를 유지하고자 할 때”라며 “이 일은 금본위제가 존재할 때 가장 잘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건전하고 안정적인 화폐에 기초한 통화제도만이 진정한 회복과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이라며 새로운 금본위제 도입을 주창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안정적인 통화제도를 구축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까. 저자는 “돈은 거래의 촉진제일 뿐”이라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면 거래를 자극하는 활발한 기업가적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이를 위한 유일한 길은 재정적으로 책임 있는 정부, 합리적 규제와 조세, 법의 지배에 기초한 정치 환경에 토대를 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화폐는 이런 조건을 배양시킨다”고 설명한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일관된 주장을 편다. 저자는 “현재 한국 경제는 부진한 성장세를 보이며 예전의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올여름 마련한 경기부양책은 최근 20차례 경기 부양 프로그램을 실행한 일본과 2009년 같은 정책을 쓴 미국처럼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원화를 안정시키고, 홍콩과 비슷한 아주 낮은 비율의 일률 과세 체계를 마련하며, 자본이득세 징수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더 튼튼한 자본시장 형성을 방해하는 장벽을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저명한 금융 저널리스트로 경제월간지 ‘포브스’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스티브 포브스 미국 포브스미디어 회장(사진)은 《머니》에서 위기와 불안의 진정한 원인을 “중세시대 중상주의자에게서 전해 내려온 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한 정책 입안자들의 무지”에서 찾는다. 이런 무지에서 만들어진 ‘취약하고 불안정한 화폐’가 최근 수십년간 발생한 커다란 경제적 실패들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포브스 회장은 돈의 세 가지 역할을 설명하는 것부터 논지를 전개한다. 돈은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척도이자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지게 하는 신뢰의 매개체이며, 사회 전반의 정보 전달 체계다. 돈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이어야 한다.
돈의 가치가 유동적이고 불안정해지면 종종 파괴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최근 10년의 세계 경제 불안이 생생한 사례다. 그는 통화 가치를 조정해 경제를 움직이는 케인스주의자와 통화주의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인위적인 통화 조작은 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돈의 움직임이 전달하는 정보를 왜곡시킨다. 여기서 온갖 문제와 위기가 파생한다.
세계 경제는 대부분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통화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때에 성장하고 번영을 누렸다. 달러를 금에 고정시키고 다른 통화는 달러에 묶는 형태의 금환본위제인 브레턴우즈 체제(1944~1971년) 시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체제 붕괴 이후 달러와 세계 다른 통화 가치가 정부의 정치적 변덕에 따라 중앙은행의 손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취약하고 불안정한 명목화폐’ 체제가 들어섰다.
저자가 보기에 고정환율제 폐지는 중상주의적 행위다. “국제수지 적자에 대한 미국 등 각국의 집착은 수십년 동안 불필요한 통화 평가절하와 자본 통제, 보호주의적인 무역 규제를 성행하게 했다”며 “경상수지와 국제수지에 대한 잘못된 초점은 명목화폐의 재앙을 불러들였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돈을 찍어내는 것은 부를 창조하는 일이 아니라 파괴하는 일”이라며 “통화량 증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서 비롯되는 ‘가짜 성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 초 미국 정부·중앙은행이 조장한 과잉 유동성은 미국의 수백만 주택 구입자들이 엄청난 양의 돈을 빌릴 수 있게 했지만 결국 ‘자산 거품’으로 이어져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포브스 회장은 “중앙은행의 통화 조작이 유일하게 정당화되는 경우는 고정된 통화가치를 유지하고자 할 때”라며 “이 일은 금본위제가 존재할 때 가장 잘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건전하고 안정적인 화폐에 기초한 통화제도만이 진정한 회복과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이라며 새로운 금본위제 도입을 주창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안정적인 통화제도를 구축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까. 저자는 “돈은 거래의 촉진제일 뿐”이라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면 거래를 자극하는 활발한 기업가적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이를 위한 유일한 길은 재정적으로 책임 있는 정부, 합리적 규제와 조세, 법의 지배에 기초한 정치 환경에 토대를 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화폐는 이런 조건을 배양시킨다”고 설명한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일관된 주장을 편다. 저자는 “현재 한국 경제는 부진한 성장세를 보이며 예전의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올여름 마련한 경기부양책은 최근 20차례 경기 부양 프로그램을 실행한 일본과 2009년 같은 정책을 쓴 미국처럼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원화를 안정시키고, 홍콩과 비슷한 아주 낮은 비율의 일률 과세 체계를 마련하며, 자본이득세 징수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더 튼튼한 자본시장 형성을 방해하는 장벽을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