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국의 힘은 크기 아닌 다양성
일본 경영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는 중국 경제를 ‘제후(諸侯)경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유럽연합(EU)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다원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는 이 같은 인식의 틀에서 출발한다. 중국 인구의 92%에 달하는 한족이라는 집단의 정체도 따지고 보면 의문 투성이고 그래서 ‘하나의 정체성’으로 중국 문명을 재단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베이징 상하이 허난 등 20개 성과 시에서 배출한 역사적 인물과 지리 및 인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다원적인 중국의 모습을 살핀다.

중국 장강 이남은 옛 비에트(Viet·越) 민족의 땅이다. ‘중원’이라는 조그만 지역에서 북방 유목민족에 쫓겨 장강 이남으로 내려간 사람들이 이곳에서 섞인다. 북방 유목민족이 대거 이주한 중국 북부지역은 원래의 주민과 또 섞인다. 중국이라는 다원적인 정체성은 그런 끊임없는 섞임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각 지역 사람들은 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며, 문화적 기반도 다르다.

중국 첫 통일 제국 진나라가 세워진 산시(陝西)는 진시황과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도모했던 ‘대일통(大一統)’의 전략적 사고가 등장한 곳으로 묘사된다. 이 같은 분석은 집단지도 체제에서도 강한 1인자의 모습으로 부각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이 산시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허난이다. 지혜와 모략의 대명사인 정나라 장공(莊公), 미련함의 대명사인 송나라 양공(襄公)을 대비시킨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생전에 “중국 역사에서 가장 겁나는 사람”이라고 했던 장공, 2500년 동안 중국인이 “가장 멍청한 사람”이라고 놀렸던 양공의 기묘한 대비다.

저자는 장공을 중국 문명이 늘 선택한 모략과 꾀의 상징으로 본다. “강 건너는 적의 군대를 치자”는 신하들의 주장에 “인의(仁義)를 내세우는 군대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했던 양공은 전쟁이 진행형이던 중국에서는 기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다양하면서도 강력한 통일적 틀을 갖춘 중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코드를 책 곳곳에서 접하게 된다.

오광진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