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옆 디저트·남성복 옆 미용실…백화점의 '공간 실험'
롯데백화점 대전점 1층에선 얼마 전부터 빵 굽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대전 유명 빵집인 성심당의 케이크 부티크 매장이 지난달 26일 문을 열고 나서부터다. 그 전까지는 핸드백 가죽 냄새와 향수 냄새로 가득했던 곳이다. 해외 명품과 화장품 일색이던 롯데백화점 1층에 빵집이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핸드백, 화장품을 주로 구매하는 30~40대 여성은 케이크 등 디저트류의 주 수요층이기도 해 성심당을 같은 층에 배치했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백화점의 층별 매장 구성이 바뀌고 있다. 지하 1층엔 식품관이 있고 지상 1층은 해외 명품과 화장품, 2~4층은 여성복, 5~6층은 남성복 매장으로 채우는 것이 백화점 업계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최근 여성복 옆에 화장품이 있고 남성복 옆에 시계 매장이 들어서는 등 관행을 깬 사례가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0월 서울 충무로 본점을 새단장하면서 남성복과 구두, 안경, 오디오 매장을 모두 6층에 집어넣었다. 기존에는 의류 매장만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탠디인블랙 등 신발 브랜드와 고급 오디오 포칼, 안경 브랜드 옵티컬W 등이 나란히 있다.

지난 10월 개장한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은 1층을 제외한 모든 층에 카페 또는 제과점이 있다. 제르보, 브리오슈도레, 코에보 컬쳐&카페, 파티세리 김영모 등이 2~5층에 자리잡았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남성복과 프라다 향수, 디젤 시계, 비츠바이 닥터드레 헤드폰 등을 한 층에 모아놓았다. 꾸아퍼스트 미용실도 같은 층에 있다. 백화점 지하는 식품관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본점 본관 지하 1층에 고급 시계 전문관을 열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층별 구성을 ‘상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류가 다르더라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비슷한 브랜드는 같은 층에 배치하는 것이다. 핸드백 매장 옆에 빵집을 들여놓고, 남성복 매장 옆에 시계 매장을 두는 것이 이런 차원에서다.

백화점들은 이런 변화가 ‘연관 구매’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층별 구성에서는 옷을 산 뒤 구두나 시계를 사려면 다른 층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의류, 구두, 시계 등이 같은 층에 있으면 옷을 사고 나서 그에 어울리는 구두와 시계를 바로 옆 매장에서 고를 수 있다.

매장 중간에 카페나 제과점이 있으면 쇼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 쇼핑 중 잠시 차를 마시며 쉬다가 다시 쇼핑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영캐주얼 매장이 밀집한 5층에 스타벅스를 입점시킨 뒤 영캐주얼 매출이 20~30%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김상규 현대백화점 남성복 바이어는 “백화점이 온라인몰 등에 맞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매장 구성을 상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바꿔 편의성을 높이고 쇼핑하는 재미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