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왼손 포수의 '보이지 않는 손'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투수이고 그다음이 포수다. 이상한 것은 왼손 투수는 많지만 왼손 포수가 없다는 것.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답은 아주 간단한 경제원리에 있다. 포수는 모름지기 어깨가 강해야 포수다. 왼손잡이가 포수가 될 정도면 그 어깨로 투수를 하는 편이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득이 된다. 통계상 왼손 투수는 왼손 타자에게 강하다. 특히 미국 선수 스카우터에게 왼손 파이어 볼러(강속구 투수)는 지옥까지 따라가서라도 붙잡아 오라는 특명이 내려져 있을 정도다. 그러니 구단이 왼손잡이를 포수가 아니라 투수로 쓰려 함은 당연하다.

프로야구협회가 왼손잡이의 권익보호를 명분 삼아 각 프로구단은 왼손 포수를 최소한 몇 명 기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야구규칙을 개정하려 한다면 반응이 어떨까. 아마 구단과 왼손잡이선수는 물론 팬들도 벌떼처럼 들고 일어설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알아서 할 테니 제발 가만 있어 달라고. 만약 야구 규칙이 그렇게 개정된다면, 정말이지 쓸데없는 규제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어디 한 군데 시원하게 뚫렸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다른 나라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행정관청 한 곳만 찾아가면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다. 우리는 어떠한가. 설마 어느 한 행정관청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규제에 막혀 그 자리에서 딱 멈춰 포기해버리는 그런 ‘원스톱(One Stop)’은 아니리라. 경제가 매우 어렵다. 그런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시장메커니즘을 믿고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시장에 개입해야 함이 그것이다.

시장메커니즘을 법률용어로 풀어쓰면 사적 자치다. 사적 자치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접점의 결과가 사회질서나 법률에 반하지 않는 한, 이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사적 자치의 원칙이다.

자연은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경제도 시장메커니즘 내지 사적 자치 또는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저절로 움직일 때가 가장 아름답고 효율적인 것이다. 마침 정부가 길로틴(단두대)식 규제개혁 방침까지 밝혔다. 필요최소성이 입증되지 않는 규제는 모조리 단두대로 보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시의적절한 조치다.

이재후 < 김앤장 대표변호사 jhlee@kimch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