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붕어빵 지역사업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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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애착이 매우 강한 것 같다. 대통령은 대구, 대전은 물론 전주 개소식에도 어김없이 달려갔다. 앞으로 이어질 센터 설립에도 대통령의 참석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필’이 꽂혔다는 건 지역희망박람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기업과 연계해서 하면 틀이 잘 짜여진다”(사전 환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지역 단위 창조경제 지원을 강화해 지역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가겠다.”(개막식 축사) 한마디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발전의 중심이고, 그 형태는 대기업과의 연계라는 선언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면 이는 곧 모두가 따라야 하는 ‘표준’이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공식’이 되고 만다.
똑같은 얼굴의 창조경제센터
당장 17개 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짝이 된 15개 대기업의 부담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지만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심지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도 뭘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감에 스스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든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다 대기업은 무조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하나씩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 때마다 언론에 대서특필되지만 그 내용은 대기업이 어떤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는지가 거의 전부다. 정작 지역이 자발적으로 뭘 한다는 얘기는 거의 없다. 대기업이 무슨 봉인지 정부는 지역마다 똑같은 얼굴의 센터를 붕어빵처럼 찍어대기 바쁘다. 과거 전국에 걸쳐 창업보육센터, 테크노파크 등을 뚝딱 만들어낸 것처럼. 어느 부처든 중앙 관료가 지역사업에 손을 대면 늘 이런 식이다. 재빨리 상위기구를 만드는가 하면, 좀 있으면 평가한다고 또 난리법석을 피울 게다. 다 정해진 수순이다.
물론 대통령의 뜻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대통령은 지역희망박람회 개소식과 같은 날 열린 지역발전위원회 및 시·도지사와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차 말했듯이 새 정부 지역발전 정책 방향은 ‘지역 주도’ ‘중앙 지원’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아무리 말하면 뭐하나.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다.
지자체 주도? 누가 믿겠나
지역발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까지 총 16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지역발전 5개년계획도 그렇다. 이번 계획은 과거 정부와 다르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중앙 주도’였다면, 현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라는 것이다. 추진 방식도 ‘하향식’에서 ‘상향식’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 정부도 중앙에서 다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지역예산은 노무현 정부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평가대상 지역사업만 1300개다. 지역발전 지원기관도 3000개에 육박한다. 각 부처가 지역사업을 경쟁적으로 남발한 결과다. 부처별 칸막이식 사업운용과 유사중복, 지원기관 간 갈등 등 그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구조조정을 해도 시원찮을 판국이다. 그런데 여기에 기존 기관과 기능이 중복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에 쫙 깔린다고 생각해 보라. 지역의 창조경제든, 혁신이든 자생력 없이는 사상누각이다. 중앙정부가 모든 걸 다하겠다는 발상이 문제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필’이 꽂혔다는 건 지역희망박람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기업과 연계해서 하면 틀이 잘 짜여진다”(사전 환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지역 단위 창조경제 지원을 강화해 지역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가겠다.”(개막식 축사) 한마디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발전의 중심이고, 그 형태는 대기업과의 연계라는 선언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면 이는 곧 모두가 따라야 하는 ‘표준’이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공식’이 되고 만다.
똑같은 얼굴의 창조경제센터
당장 17개 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짝이 된 15개 대기업의 부담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지만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심지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도 뭘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감에 스스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든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다 대기업은 무조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하나씩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 때마다 언론에 대서특필되지만 그 내용은 대기업이 어떤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는지가 거의 전부다. 정작 지역이 자발적으로 뭘 한다는 얘기는 거의 없다. 대기업이 무슨 봉인지 정부는 지역마다 똑같은 얼굴의 센터를 붕어빵처럼 찍어대기 바쁘다. 과거 전국에 걸쳐 창업보육센터, 테크노파크 등을 뚝딱 만들어낸 것처럼. 어느 부처든 중앙 관료가 지역사업에 손을 대면 늘 이런 식이다. 재빨리 상위기구를 만드는가 하면, 좀 있으면 평가한다고 또 난리법석을 피울 게다. 다 정해진 수순이다.
물론 대통령의 뜻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대통령은 지역희망박람회 개소식과 같은 날 열린 지역발전위원회 및 시·도지사와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차 말했듯이 새 정부 지역발전 정책 방향은 ‘지역 주도’ ‘중앙 지원’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아무리 말하면 뭐하나.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다.
지자체 주도? 누가 믿겠나
지역발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까지 총 16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지역발전 5개년계획도 그렇다. 이번 계획은 과거 정부와 다르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중앙 주도’였다면, 현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라는 것이다. 추진 방식도 ‘하향식’에서 ‘상향식’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 정부도 중앙에서 다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지역예산은 노무현 정부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평가대상 지역사업만 1300개다. 지역발전 지원기관도 3000개에 육박한다. 각 부처가 지역사업을 경쟁적으로 남발한 결과다. 부처별 칸막이식 사업운용과 유사중복, 지원기관 간 갈등 등 그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구조조정을 해도 시원찮을 판국이다. 그런데 여기에 기존 기관과 기능이 중복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에 쫙 깔린다고 생각해 보라. 지역의 창조경제든, 혁신이든 자생력 없이는 사상누각이다. 중앙정부가 모든 걸 다하겠다는 발상이 문제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