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청렴도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평가에서 한국은 올해 100점 만점에 55점을 받았다. 낙제 점수다. 북유럽국들은 90점대다. 아시아의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175개국 중 43위로 6년째 정체 내지는 하락세다.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도 27위로 바닥권이다.

공공부문의 부패수준은 우리 스스로의 진단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같은 날 발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가 바로 그렇다. 종합 평점은 7.78로 지난해 7.86보다 오히려 내려갔다. 권익위가 640개 각급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조사여서 신빙성이 있다. 공공부문의 투명성이 거꾸로 간다는 사실은 국제기관의 조사에서도, 정부 차원의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됐다.

공직 스스로의 무수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개선은커녕 뒤로 가는 근본 원인을 봐야 할 때다. 행정기관들뿐 아니라 국회까지 권한이 너무 많다. 정부의 관여와 국회의 개입이 일상화된 행정우월, 국가만능 시스템이 문제다. 결국 ‘완장’증후군이 부패고리를 만든 것이다. 상위권인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은 이 점에서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권익위 측정에서 통계청이 청렴도 1위를 차지한 반면 국세청과 방위사업청이 꼴찌인 것도 규제행정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다. 통계청만 해도 기관의 특성상 규제 업무가 적다.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소위 김영란법은 국회에서 장기 표류 중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무위가 됐다. 국회의원들의 가상한 노력이다. 국회 일각에서 언론의 포함 여부를 놓고 왈가불가하는 걸 보면 물타기 같다. 국회가 거대한 로비장처럼 돼버린 현실에서 국회가 자발적으로는 반부패법을 제정할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정부패는 경쟁력을 좀먹는 범죄다. 공직이 투명하지 않으면 100조원이 넘는 복지예산의 전달체계도, 국가안보의 첨단 무기도 다 엉터리가 된다. 중앙에는 큰 도둑, 지방에는 작은 도둑 천지라면 나라의 앞날이 없어진다.